간호법 국회 통과…이르면 내년 6월 PA 간호사 합법화

간호계 "환자·간호사, 더 안전해질 것" vs 의사들 "오히려 간호사 전문성·안전 위협"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되자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졌던 진료 지원 간호사(PA 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합법화한다. 오랜 숙원을 이룬 간호계는 환영하지만, 의사 직군에선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제정안은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후 9개월이 지난 내년 6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정안은 PA 간호사를 명문화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와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비롯해 면허와 자격, 권리와 책무, 수급과 교육, 장기근속 등을 위한 간호정책 개선에 관련한 사항 등을 담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수술 집도나 각종 의료적 처치와 처방 등을 보조하면서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담당한다. 이전부터 국내 의료현장에서 약 1만명의 간호사가 이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런 이유로 의사가 부족한 분야에서 이들 직군의 존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기존 의료법엔 근거 규정이 없어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가 보장되지 않았다.

다만, 논란이 컸던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미룬 측면도 있다. 우선,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향후 보건복지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라고 법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야당의 반대 입장을 최종 수용했다. 또 다른 쟁점인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 명시 여부 역시 법안에서 빠지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간호계 "합법적 활동 가능해져...의료공백 해결하는 길" 

오랜 숙원을 해결한 간호계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 등은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 직군의 관련 내용을 분리하고 PA 간호업무를 법적으로 보장·보호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다.

이날 대한간호협회 측은 "의사 부족으로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우리(간호 직군)가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제정안 통과로 법의 미비가 해결되기에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간호사들이 명확하게 정해진 업무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게 됐다는 건 환영할 만하지만, 동시에 책임이 늘어나는 만큼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불법의료 행위에 내몰려온 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의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의료사고 위험으로부터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조의 끈질긴 활동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며 "의사인력 부족과 전공의 진료 거부 장기화에 따른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의협 "전공의 수련 생태계 파괴...간호사 위험 빠트리는 자충수"

반면, 의사 직군 등에선 크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 국민 생명을 담보 잡히고, 직역 갈등을 격화시킨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그 법안 내용 그대로를 여당이 주도해 통과시키는 촌극이 국회에서 벌어졌다"면서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국회 안에서도 의사 출신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급하게 제정하면서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간호사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간호 영역의 독자성을 무너뜨리고 전문성을 폄훼하는 '간호사 깍두기법'이자, 신규 혹은 저연차 간호사일수록 위험과 착취에 노출시키는 '간호사 상시 동원령'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으로 인해 간호사들의 진짜 어려움은 오히려 묻어둬도 되는 일이 되고 말았다"면서 "간호사는 업무 영역을 넘어 무엇이든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존재가 되고 전공의는 누구로도 간단히 대체될 수 있는 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호법 시행으로 향후 전공의의 수련 이탈도 더욱 가속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빠르게 전담간호사로 인력 구조가 대체되며 전국의 대학병원들은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교육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충분한 전문의를 배출할 수 없게 되는 의학 교육의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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