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남편과 아들도 못 알아봐"...50대女 평생 겪은 이 증상, 뭐길래?

안면인식장애와는 다른 안면실인증...본인의 얼굴도 못알아보는 심각한 신경 장애 수준, 어릴 때부터 겪어온 안면실인증 사연

56세 엘리너 플레그는 더블린에 살고 있는 작가다. 남편은 43세 재스퍼 우드, 초등학교에서 특수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남편을 못 알아본 것은 엘리너가 치료법이 없는 안면 실명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영국 더선 보도 갈무리]
#길 건너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잘생긴 남자가 미소 짓는다. 자길 보고 웃고 있다는 걸 깨달은 여성은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가 자전거에서 내려 갑자기 자신을 향해 걸어온다. 가까이 와서야 이내 그 남자의 몸짓을 보고 23년간 알고 지낸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국 일간 더선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56세 엘리너 플레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고 있는 작가다. 남편은 43세 재스퍼 우드, 초등학교에서 특수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남편을 못 알아본 것은 엘리너가 치료법이 없는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실인증은 얼굴을 인식하거나 표정과 신호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가족력이 있어 태어날 때부터 이 증상을 갖고 있다.

엘리너는 자라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모두가 교복을 입었기 때문에 옷만으로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어 종종 당황스러웠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흔했고,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15살 때는 사진 속 자신의 얼굴조차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 얼굴이 당시 짝사랑 했던 남학생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첫 결혼 당시 1992년에 태어난 아들 반야와 1996년에 태어난 터로우가 어렸을 때는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는데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지면서 알아보는게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2013년 어느 날에는 개 그레이하운드를 산책시키는 한 청년을 보고 '와, 저 개가 우리 개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에 당시 17살이었던 아들 터로우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그게 저였다"고 했다. 그 청년이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길 가던 중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 유쾌하게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머릿속은 정신없이 윙윙거렸다. 내가 학교나 직장 또는 다른 곳에서 아는 사람인가하고 생각하곤 했다. 머리, 안경, 핸드백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해서 외모를 살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럴 때 마다 엘리너는 '죄송한데, 누구시죠?'라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인사를 건네고 돌아선다. 지쳐서 누구와 대화했는지도 모른 채 집에 왔던 것이다.

자폐증 캐릭터 등장하는 소설을 쓰다가...병원 진단 해보기로 하고 '안면실인증' 알게 돼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혼란이 더 자주 일어났다. 그리고 빨간 머리나 굵은 안경 등 독특한 특징이 있으면 누군지 알아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증상이 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엘리너는 1999년에 첫 번째 남편과 헤어졌다. 이듬해인 32세 때, 지금의 남편 재스퍼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실을 말했다. 자신을 잘 이해해주면서 재밌는 면모를 지켜봐줬다. 재스퍼와는 2015년에 결혼했다. 2020년에 작가인 엘리너는 자폐증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자폐증에 대해 연구하던 중 자신의 특성과 많이 비슷한 점도 발견했다. 이듬해 1월, 53살 되던 해에 혹시나 해서 병원에 진단을 받으러 갔다.

자가 문진표에 얼굴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때서야 안면실인증이라는 병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알고보니 자신의 어머니도 평생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몰랐던 것이다. 엘레나는 자신의 병에 대해 치료법도 없고, 이제는 자신을 규명하는 성향의 일부이기도 해서 그 어떤 치료도 원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 부터 뇌 얼굴 인식하는 기능 발달되지 않아...선천적 안면실인증, 치료 어려워 

안면실인증은 선천적, 후천적으로 나뉜다. 엘리너가 겪는 것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도 나타나는 선천적 안면실인증이다. 뇌 손상 없이도 태어날 때부터 안면실인증을 갖는 것이다. 발달 과정에서 뇌의 얼굴 인식 기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후천적 안면실인증은 일반적으로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신경퇴행성 질환(예: 알츠하이머병) 등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뇌의 하측두엽의 측두후두접합부(후두엽과 측두엽이 만나는 부위)가 손상될 경우 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클리브랜드에 따르면 안면실인증 상태가 얼마나 흔한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후천적 안면실인증에 대한 데이터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상태다. 선천적 안면실인증(발달성 안면실인증)과 관련해서는 일부 연구에서 인구 2~2.5%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보고됐다.

안면인식장애와는 다른 안면실인증...자신의 얼굴도 기억못하는 등 더 심각한 얼굴 인식 장애 

안면실인증과 안면인식장애(Facial Recognition Difficulty)는 다르다. 안면실인증은 특정한 신경학적 상태를 지칭하는 반면, 안면인식장애는 그보다 더 넓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얼굴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든 형태의 문제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안면실인증뿐만 아니라,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이 평균 이하인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얼굴을 인식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지만, 안면실인증처럼 극단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인식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면실인증은 얼굴을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신경학적 장애로 볼 수 있다. 뇌의 특정 부분(주로 하측두엽)이 손상되었거나 발달 과정에서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에따라 친숙한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며, 얼굴을 통해 누군가를 인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나다. 사연 속 엘레나 처럼 본인의 얼굴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얼굴 대신 다른 단서, 예를 들어 목소리, 옷, 머리 모양, 걸음걸이 등을 통해 사람을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사회적 상황에서 불편함이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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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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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s*** 2024-09-07 22:21:25

      그냥좀넘어가라 뭘일일이따져 글쓰는사람기 기빨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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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8-29 15:02:48

      안면실명 -치료약이 빨리개발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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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fa*** 2024-08-29 08:50:44

      기자님,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하셔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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