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포츠, 협회 개혁보다 더 중요한 건?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4년 08월 26일ㆍ1635번째 편지


프랑스 리그앙의 이강인에 이어 영국 프리미어리그 손흥민이 시원하게 골, 골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파리올림픽이 끝나니 축구가 스포츠 팬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지만, 올림픽의 매듭이 풀린 채 남은 듯해서 뭔가 허전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기성세대의 걱정과 달리, 뛰어난 신체조건과 긍정적 사고로 무장한 MZ세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승패를 떠나 자신의 스포츠를 즐기는 선수들이 있었고 패자를 배려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역도 박주효, 체조 여서정 등은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체육은 환부들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체육계의 ‘앙시앵 레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훌륭한 체육인, 언론인 등이 이에 대해서 짚었고, 앞으로도 말씀할 것이므로, 언론에서 덜 짚은 것 중심으로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언론에선 2020년 도쿄올림픽보다 95명이 준 238명의 선수단으로 최고 성과를 올린 것을 보도하고 있는데, 최고 성과에 대해선 뿌듯해 할 만합니다. 그러나 최소 선수단은 축구(22명), 농구(12명), 배구(12명), 야구·소프트볼(24명), 럭비(12명) 등 구기 팀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스포츠맨십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팀 스포츠에서 전멸하다시피 한 것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의아합니다. 황무지에 가까운 저변 탓이고, 이는 중요한 많은 것과 연결돼 있는데···.

둘째, 이번에도 TV 중계는 시청자의 수준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 듯합니다. 이른바 인기종목 위주로 ‘겹치기 중계’가 거듭거듭 겹쳤습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세계적 선수들의 명장면과 비인기 종목의 경기를 즐기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공영방송이 시청률 경쟁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존재 의미가···.

셋째, 대한체육회와 산하 협회의 개혁 필요성이 뚜렷이 부각됐습니다. 2016년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쳐져 거대 조직이 됐지만 이제 한계에 이른 듯합니다. 결과 예측을 선무당 수준으로 했던 대한체육회는 존재 이유가 궁금한 조직이 돼버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가기만 해도 경기력 향상이 보장됐지만, 지금은 거꾸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뛰어난 선수를 어디까지 구속하는 것이 옳은지, 선수들에 대한 권리는 누리며 책임은 지지 않은 이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분석해야 할 겁니다. 협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역대 최소 인원을 참가시켰지만, 예산은 도쿄올림픽 64억원의 2배 가까운 121억원을 썼습니다. 협회 임원을 위한 협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산하 협회의 문제는 올림픽 이전에 축구협회를 통해 불거지더니 안세영을 통해 뜨거워졌지요? 특히 배드민턴협회는 친목회 수준인 우리나라 체육협회들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보도자료를 내고 (안세영을) 충분히 지원했다면서 “손흥민, 김연아에 맞춰진 눈높이가 기준이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한 것은 협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지요. 세계 3억 배드민턴 팬에게 이미 ‘전설’이 되고 있는 슈퍼스타를 (다른 협회가 아니라 소속 협회가) 스스로 부정하다니···. 국익 관점에서도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급성장하는 경제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데···. ‘유도계의 전설’ 김재엽이 “양궁협회 말고는 다 썩었다”고 한 지적이 가슴을 찌릅니다.

무엇보다 이런 논의들이 국민 건강과 관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이 스포츠 경기를 보며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운동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이에게서 스포츠 경기와 자신의 건강이 별개였습니다.

운동은 정신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신의 수많은 도피기제 가운데 운동과 예술만이 승화(昇華)로 이어지며 정신을 건강하게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후 수많은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지요. 미국 하버드대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젊었을 때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은 늙어서 놀라울 정도로 정신이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초중고 때의 운동과 예술은 나머지 삶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합니다. 이때 배운 스포츠맨십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나만이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 규칙을 지키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정당한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는 태도를 가르쳐줍니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어릴적부터 스포츠를 중시하고, 스포츠팀에서 활약하는 것이 대학입시에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의 과목 카르텔과 일부 학부모들 탓인지, 아이들이 체육과 예술을 가까이 하지 못합니다. 결과, 물질, 개인경쟁 지향의 사회는 이와 단단히 엮여 있습니다. 우울증과 자살이 만연한 사회도 이의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부모들이 청소년기 아이들의 운동을 막으면 체력장이라도 부활시켜야 아이들이 살고 대한민국이 산다”고 호소할 정도입니다. 또한 엘리트 스포츠도 국민 체육이라는 바탕이 푼푼할 때 더 잘 꽃필 겁니다.

파리올림픽의 열기가 완전히 식기 전, ‘슈퍼스타’ 안세영이 던진 질문이 변질되기 전에 협회의 문제와 함께 스포츠가 우리 삶에 녹아드는 건강한 사회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하길 간절히 빕니다. 우리 국민이 숫자의 신도, 돈의 노예, 디지털기계의 하인이 아니라 삶의 주인으로서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

2004년 오늘 대동맥류로 세상을 떠난 로라 브래니건은 ‘Glora’, 'Self Control’ 등 디스코 곡을 히트시킨 가수죠? 그는 가수 데뷔 전 레너드 코헨의 백보컬로 실력을 인정을 받았지요? 로라 브래니건이 백 보컬로 등장하는, 레너드 코헨의 ‘Bird on the Wire’ 공연실황 준비했습니다. 프랑스 공연이어서 앞 부분은 프랑스어로 나옵니다. 로라가 포크송 백보컬로 전력을 다한 모습을 보면서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다른 영역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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