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유전적 고위험군, 인슐린 분비 능력 1.8배 빨리 ↓
곽수헌 서울대병원 교수팀...건강한 생활습관 실천땐 개선 가능
직계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등 유전적 위험이 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슐린 분비 능력이 1.8배 더 빠르게 떨어진다는 장기 추적 결과가 나왔다. 다만 운동·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저하 속도가 더뎌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현석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연구원은 지역사회 당뇨병 코호트에 등록된 6311명을 2001~2016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성인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져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특히 이 병은 유전적 요인이 발병 위험의 30~7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현재 당뇨병의 유전적 위험을 점수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점수'는 향후 당뇨병 유병을 알려주는 지표다. 다만 이 점수와 장기적인 인슐린 분비 능력 변화에 대해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는 30세 이상 성인 6311명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실시해 당뇨병 관련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했다. 그런 뒤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계산해 점수에 따라 △고위험군(상위 20%) △중간위험군 △저위험군(하위 20%)으로 구분했다.
먼저 각 군에 포도당을 섭취한 뒤 혈당 농도를 평가하는 당뇨 진단 검사인 당부하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고위험군일수록 인슐린 분비 능력이 낮았다. 저위험군에 비해 중간위험 및 고위험군은 인슐린 분비 능력이 각각 14%, 25% 낮았다.
이 검사를 15년 동안 반복·진행해 비교한 결과, 모든 그룹에서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점차 떨어졌다. 다만 고위험군의 저하 폭이 가장 가팔랐다. 저위험군에 비해 고위험군의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 속도는 1.83배 더 빨랐다. 즉 유전적 요인에 의해 인슐린 분비 능력의 장기적인 변화가 결정됐다.
추가적으로 5가지 건강한 생활습관(건강한 식단·운동·금연·체중관리·충분한 수면) 실천 여부에 따라 인슐린 분비 능력 저하 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그룹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은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고위험군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한 가지 더 실천할 때마다 10년 후 인슐린 분비 능력이 4.4%씩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활용, 인슐린 분비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당뇨병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활습관 개선이 당뇨병 예방이나 발병 지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고위험군일수록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수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발병 후 심각한 인슐린 결핍이 예상되는 환자를 유전정보에 따라 선별하고, 조기 개입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의 권위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