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알고 보니 바이러스 감염 치료도 가능?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에서 개발 가능성
항생제는 박테리아(세균) 감염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이런 항생제에 대한 내성(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되는 현상) 위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간의 장내에 있는 미생물에서 새로운 유형의 항생제가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스탠퍼드대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에 따르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에서 분리한 분자가 새로운 유형의 항생제 약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펜실베이니아대 생명공학 연구원인 마르셀로 토레스 박사는 “흥미롭게도 이 분자는 전통적으로 항생제로 간주되어 온 것과는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에 발견한 화합물은 새로운 종류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의학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박테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일부 위험한 박테리아는 한두 가지 약만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항생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2000여명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장내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펩타이드라는 아미노산 단백질에 초점을 맞췄는데 펩타이드는 항생제를 만드는 데 자주 사용해 왔다.
연구팀은 40만개 이상의 펩타이드의 잠재적인 항생제 유용성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를 78개로 줄여 실험실에서 박테리아 배양에 대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펩타이드의 약 절반은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중 하나인 프레보텔린-2(prevotellin-2)는 세균 감염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강력한 항생제가 다제(여러 약물) 내성 감염에 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스탠퍼드 의대 교수(혈액학 및 유전학)인 아미 바트 박사는 “프레보텔린-2를 발견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며 “이것은 새롭고 흥미로운 종류의 항균 펩타이드를 위해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채굴하는 것이 연구자와 의사, 특히 환자에게 유망한 길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Mining human microbiomes reveals an untapped source of peptide antibiotics)는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