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네"...종양 때문에 눈코 제거한 男, 새 얼굴의 정체는?

비강 및 부비동 암 진단 받은 남성...코와 눈 제거한 후 3D 프린팅 통해 얼굴 이식에 성공

얼굴에 종양이 생겨 50여 차례의 수술을 받으면서 눈과 코를 제거해야만 했던 한 남성이 새로운 얼굴을 갖게된 사연이 전해졌다. 다름 아닌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눈과 코를 이식받은 것. [사진=영국 일간 미러 보도 갈무리]
얼굴에 종양이 생겨 50여 차례의 수술을 받으면서 눈과 코를 제거해야만 했던 한 남성이 새로운 얼굴을 갖게된 사연이 전해졌다. 다름 아닌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눈과 코를 이식받은 것.

영국 일간 미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체셔에 사는 그레이엄 휴어드(62세)는 2011년 50세 생일을 앞두고 비강 및 부비동 암 진단을 받았다. 10만 명 중 1명이 걸리는 희귀한 암이었다. 별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나는 증상이었을 뿐이었다. 병원에 가서 스캔을 받았더니 얼굴에 달걀만한 종양이 발견됐다.

이 종양이 눈과 코에 압력을 가해 골절시키고 있었고 이로 인해 눈물이 많이 났던 것이었다. 그레이엄은 물리치료사로서 항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왔고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결과가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종양은 눈과 코 사이 매우 민감한 위치에서 자라고 있었다. 의료진이 종양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레이엄은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레이엄은 눈과 코를 제거했다. 이후 강력한 자석으로 두개골에 부착되는 3D 프린팅된 몰드를 이식받았다.

영국 노스 맨체스터 종합병원의 구강 및 악안면 외과 팀은 그레이엄의 얼굴을 기반으로 실제와 같은 인공 눈과 코 부위를 설계했다. 자석을 사용해 보형물이 제대로 고정하는 수술도 진행했다. 이 과정은 컴퓨터 단층 촬영(CT) 스캔을 통해 이뤄졌고, 이후 3D 프린터로 보형물의 몰드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D 프린팅을 통한 보형물 제작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단계에서 환자의 얼굴을 상세히 스캔한다. 컴퓨터 단층 촬영(CT) 스캔을 통해 그레이엄의 얼굴 구조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파악했다. 스캔 데이터를 통해 3D 프린터로 맞춤형 보형물을 설계했다. 그레이엄의 원래 얼굴 모습과 최대한 일치하도록 정밀하게 제작된 모형물은 실제 보형물로 프린트됐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는 생체 적합성(materials biocompatibility)을 가진 특수 플라스틱이나 실리콘이었다. 인체에도 안전한 이들 소재는 인간의 피부 질감과 색도 잘 어울린다.

이후 그레이엄의 얼굴에 맞게 만들어진 보형물은 두개골 안에 부착될 준비에 들어갔다. 얼굴에 잘 고정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자석을 사용한 이식물이 만들어졌다. 최소한의 침습적 수술을 통해 이식물이 두개골에 삽입됐다. 이식물이 두개골에 안정적으로 고정되려면 수술 후 약 4개월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했다. 회복 기간이 끝난 후, 3D 프린팅된 보형물은 자석이 부착된 부위에 연결됐다. 현재 그의 두개골에는 7개의 자석이 있어 얼굴 보형물이 안정적이고 균형있게 자리잡았다. 두개골에 안전하게 자리 잡은 보형물은 이후 쉽게 탈착도 가능하다. 보형물은 자석을 통해 안정적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떨어지지 않으며 안경도 착용이 가능하다.

그레이엄은 "이식물 제작팀이 예술적, 창의적 기술을 결합해 내 예전 모습과 거의 똑같이 보이도록 해줬다"며 "수술 후 자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성공적이었고 안경도 쓸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이 암을 진단 받았을 당시 아들 두명은 19세와 17세였다. 그의 암 치료 여정에서 거의 함께했던 아들들은 현재 한 명은 마취과 의사, 다른 한 명은 이비인후과 외과 의사가 됐다. 그레이엄은 "나는 이 암을 '외계인'이라고 불렀다. 암과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았고, 침략을 당한 기분이었다. 결국 암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현재 나는 가장 좋은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비강 및 부비동암, 코 주위에 생기면 한쪽 코 막히고 냄새 잘 맡지 못해...눈 주위에 생기면 눈 튀어나오거나 시력 저하 등 증상 

그레이엄이 걸린 비강 및 부비동암은 비강(코 내부)이나 부비동(코 주변의 공기가 들어있는 빈 공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비강 및 부비동암은 매우 드문 유형의 암이다. 보통은 코의 안쪽에 암이 생겨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감기나 부비동염과 증상이 비슷한 것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게 만든다. 반복적으로 한쪽 코가 막히고 코피가 나거나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코 주위에는 다양한 구조물이 있어서 암이 어떤 구조물을 침범하였는지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암이 구강을 침범하면 치아가 흔들리고, 입이나 턱이 붓거나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눈 주위에 생겼다면 복시가 나타나거나 시력이 떨어지고, 눈 주위가 붓고 눈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안면을 침범하면 얼굴에 통증이 있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뇌신경을 침범한다면 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레이엄의 경우 코와 눈 사이에 민감한 부위에 나타났기 때문에 코와 눈을 압박해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으로 보인다.

비강과 부비동에 발생한 암은 수술 과정에서 조직을 떼어내면서 얼굴 외형이 변형될 수 있다. 침을 삼키고 말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암을 제거한 후 변형된 부위를 재건하는 수술을 하거나, 언어치료나 연하치료와 같은 재활치료가 이뤄진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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