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인 남성이 변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가장 자주 드러내는 감정은 분노와 화이다. 이들은 종종 언성을 높이거나 협박, 신체적 폭력으로 분노를 표현하려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심리학자 샌드라 뱀(Sandra Bem)은 성역할 이론과 관련된 연구로 잘 알려진 학자이다. 그녀는 성역할을 고정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더 유연하고 유동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전통적인 성역할 개념을 비판하며, 양성적인(Androgynous) 성역할 모델을 제안했다.

이 개념은 한 개인이 전통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성과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남성성과 여성성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특성들이 모든 사람에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역할과 부부 만족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성역할보다 양성적인 성역할을 유지하는 부부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MZ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신의 전통적 가부장적인 성역할 성향을 평가하기

다음의 설문지는 전통적인 남성이 여성에 대해서 가지는 태도를 말한다. 한 문항이라도 해당이 되면 자신은 성역할에 남성 위주의 성차별적 편견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알아차려야 한다.

1. 가정 내 성역할

①가족 내에서 중요한 결정은 남편이 내려야 한다.

②남성은 주로 외부에서 일해야 하고, 여성은 집안일을 담당해야 한다.

③여성의 주된 역할은 좋은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2. 사회적 역할

④남성은 가정의 경제적 부양책임을 져야 한다.

⑤ 여성은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적합하지 않다.

⑥직장에서 남성은 리더십 역할을 맡아야 하며, 여성은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3. 성역할에 대한 이데올로기

⑦ 남성은 여성보다 본능적으로 더 강하고 독립적이다.

⑧ 여성은 가정에서 남성에게 순종하는 것이 옳다.

⑨여성은 남성보다 덜 경쟁적이고, 따라서 더 보호받아야 한다.

4. 성역할 변화에 대한 태도

⑩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직업 기회를 가지는 것은 사회에 해가 된다.

⑪여성의 직업적 야망은 가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⑫남성은 여성보다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점수 해석 방법: 각 항목에 그렇다고 생각하면 1점을 주고, 그 점수를 합산하여 9점 이상이면 아주 가부장적, 4점~8점이면 쾌 가부장적이고 3점 이하이면 약간 가부장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엄격하게 평가한다면 어떤 항목이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했으면 가부장적인 성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가부장적인 남성이 변해야 할 가치관과 방법

▸권위주의에서 민주적인 리더로: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가족 구성원들과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녀의 진로, 이사, 직장 변경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가족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와 의사소통 방법 개선하기: 명령적이고 지시적인 대화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 후 가족들이 반론을 제기할 때는 경청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차별에서 평등으로: 인간은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성차별을 겪어서는 안 된다. 가정 내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평등하게 존중하고, 그에 맞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하기: 가정 내 일과 외부 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성도 요리를 포함한 가사 일을 하고, 여성도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정에서는 여전히 불공평하게 더 많은 가사 일이 여성에게 맡겨지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가정 내 가사 분담에 대해 솔직히 논의하고, 여성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 주며, 여성도 충분히 쉴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감정 억압에서 감정 표현으로: 가부장적인 남성은 기쁨, 칭찬, 감사 등의 표현을 어색해 하는 경향이 있다. 슬프거나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고 애쓰지만, 이는 정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이제는 남성도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분노 조절하고 건강하게 표현하기: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가장 자주 드러내는 감정은 분노와 화이다. 이들은 종종 언성을 높이거나 협박, 신체적 폭력으로 분노를 표현하려 한다. 분노 조절이 어렵고 분노 표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감정 인식과 표현 방법을 배우고, 화가 났을 때는 차분하게 자신의 요구 사항이나 바람을 상대방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가부장적인 남성의 분노 표현은 때때로 심리적으로 미숙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비폭력 대화를 배우기: 갈등 상황에서는 비폭력적인 소통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언어 폭력적인 대화를 했다면, 상담을 통해 비폭력 대화 방법을 배우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필요가 있다.

▸공감과 경청 능력 향상하기: 가족 구성원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책임 회피와 남 탓하기를 멈추고,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실수를 했을 때는 가족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히 자녀가 어렸을 때, 강하게 키우겠다는 신념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녀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녀들이 마음속에 쌓아둔 분노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지배적 태도에서 협력적 태도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함께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가족 내에서 부부는 상하 관계가 아닌 평등한 팀으로서 자녀와 가족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변해야 할 태도와 행동은 무수히 많다. 인간은 누구나, 부부 간에도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으며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실수에 관대하면서도, 부부나 가족의 실수는 비난과 처벌로 대하지 말고 존중과 사랑, 애정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가부장적인 남성은 이제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가치관을 재정립해야 한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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