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대학병원 지속 가능할까?
[김용의 헬스앤]
결국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15일까지 복귀·사직 여부에 대해 답해달라’는 수련병원(대학병원 등)들의 요청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명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전공의 공백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만여 명의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 때도 침묵을 이어간다면 내년 3월 복귀도 물 건너 갈 수 있다. 이 경우 엄청난 후폭퐁이 예상된다.
전공의 희생 속에 동네병원과도 경쟁...확장 위주 병원경영의 한계
전공의는 사실상 대학병원의 경영 부담을 크게 덜어준 ‘효자’ 역할을 해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을 받으면서 주당 100시간을 넘나드는 혹독한 업무량을 감당해왔다.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병원 업무가 거의 없을 정도다. 병원의 골방에서 먹고 자는 의학 드라마의 장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1명의 전공의를 대체하려면 병원 인력 4명은 더 투입해야 한다. 진료·외래·검사·수술처치 등 최소한의 분야만 따진 것이다. 전공의들은 교수 밑에서 엄격한 도제식 교육을 견디며 전문의 길을 밟아왔다.
그동안 주요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은 전공의들의 희생을 토대로 확장 위주의 병원 경영을 해왔다. 1차-2차-3차 병원의 역할에 눈감고 경증 환자를 놓고서 동네 병원과도 경쟁을 해왔다. 최근에는 수도권에 분원을 앞다투어 개설해 중소병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의료전달 시스템이 망가지니 ‘3분 진료’, ‘지역 의료 소멸’ 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졌다. 서울-수도권 동네병원들이 생존을 걱정할 상황에서 의대 증원 문제까지 터진 것이다.
상급 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 가능할까?
정부가 지난 11일 상급 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 병상을 줄여서 중환자 위주로 바꾸고 병상당 전문의 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주로 전공의들이 맡아 온 당직 근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구성된 팀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 여파로 전공의가 사라진 후 상급 병원들이 수술과 외래 진료를 줄이자 중증 환자 비율이 늘었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돈’이 문제다. 상급 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는 중소병원에 맡기고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하려면 병원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재투자는커녕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상황이 되면 다시 동네병원들과 경증 환자를 두고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가(건강보험을 통해 병원이 받는 돈) 인상이 불가피하다. 생색만 내는 찔끔 인상으론 효과가 미미하다. 그렇다고 수가를 크게 인상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은퇴자 재산까지 살펴서 매기는 건보료... 수가 인상 재원은?
정부는 하반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수가를 떠받치는 건강보험 재정은 은퇴자들의 재산까지 샅샅이 살펴서 매기는 건보료(건강보험료)도 바탕이라는 점이다. 일 년에 병원, 한방병원, 약국에 거의 안 가는 건강한 사람도 서울에 집 한 채 있으면 40만원이 훌쩍 넘는 건보료를 내야 한다. 꼬박꼬박 입금되던 월급이 끊긴 사람들에겐 매월 30만~40만원은 엄청난 지출이다. 건보료를 내려면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고 생활해야 한다.
전공의 대신에 입원 전담 전문의를 채용하면 인건비가 치솟는 것은 당연하다. 최소 3배 정도의 수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전문의와 같이 움직이는 의료진도 배려해야 한다. 의사 혼자서는 환자를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다.
지금처럼 지도 교수-전공의로 내려가는 수직적인 관계도 바꿔야 한다. 외래 진료 담당 전문의와 입원 담당 전문의는 수평적인 관계가 필수다. 위계적인 관계만 강조하면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많이 개선됐지만 입원 전담 전문의는 전임 교수보다 신분이 불안정한 곳도 있어 기피하는 의사도 있다.
건강보험 시스템도 개혁해야... 언제까지 은퇴자의 재산 들여다 볼 것인가?
거대 병원이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위주로 간다면 병상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병상 확장 위주의 경영은 불가능하다. 수천 병상을 모두 전문의만으로 운영한다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전공의 수련을 위한 병상과 아닌 병상을 나누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 절반 정도의 병상은 입원 전담 전문의가 맡아 전공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미국 코넬대 의대 등은 입원 전담의 체제가 확립되어 있어 의사,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
현재의 건강보험 운용 시스템도 개혁해야 한다. 수가 협상 때마다 각 병원-과 별 의사들 간의 나눠 먹기 논란이 불거져 필수의료 수가는 생색만 내는 찔끔 인상만 반복되어 왔다. 그 결과가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의 미달 현상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 필수의료 수가 대폭 인상이라는 방향은 옳다. 그렇다면 그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여전히 서민들이 내는 건보료에 의존할 것인가? 은퇴자들의 재산에 부과하는 건보료는 없앨 수 없나? 수가 인상 문제는 풀기 어려운 매듭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밤을 새워 풀어야 미래가 열린다.
그렇네요. 건보료 상승, 은퇴자 건보료 납부문제, 필수의료인원 부족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네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의대증원은 필수적인것 같고, 그외 현재의 의사부족에 따른 문제 해결책과 앞의 문제들에 대한 여러 정책 고민들이 필요 한것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잘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