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미미... 1만명 이상 무더기 사직하나
정부, 의료개혁 예정대로 진행...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서 1만2000명 가량 무더기 사직이 불가피해졌다. 전공의들은 하반기 수련 모집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전공의 없는 수련병원’은 한동안 더 지속할 전망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수련병원에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확정하기 위해 전날까지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 규모를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각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을 상대로 사직 또는 복귀 의사 확인에 나섰으나 전공의들은 대체로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지난 12일 전국 수련병원 211곳 전공의 1만3756명 중 1111명(8.1%)이 출근 중이라고 집계했다. 따라서 전공의 1만2000명가량이 사직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내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병원'에서도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극소수다. 이들 병원의 전공의 규모는 서울대병원 500명, 세브란스병원 620명, 서울아산병원 580명, 삼성서울병원 520명, 서울성모병원 290명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한세원 교수는 전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사직 전공의 95%가량은 복귀 의사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0명 미만 수준으로 파악하는 등 대부분의 병원에서 복귀율을 언급하기에도 미미한 수준이다.
수도권과 지역 병원 또한 마찬가지다. 인천 지역 주요 병원 중 하나인 가천대 길병원에선 전공의 200명 중 10여명만 복귀 의사를 밝히거나 관련 문의를 한 수준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병원인 부산대병원은 "사직 전공의 188명 중 단 한 명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현재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는 한두 명뿐"이라는 입장이다. 동아대병원 역시 미복귀 전공의 107명 중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없었다.
대전권의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등에서도 전날까지 추가로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전무했다. 다만 대전성모병원에서는 전공의 1명이 복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복귀 현황을 파악한 집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예상한 상황‘이라며 계획대로 의료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공의 사직 처리 관련 방침을 바꾸지 않고 예정대로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 올해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은 이달 22일부터 시작된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과목에만 한정하던 예년과는 달리,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모집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지원하는 전공의에겐 일종의 특례도 걸었다.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수련 도중 사직 시 일 년 내 동일 연차·과목 복귀 불가' 규정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겠다며 냉랭한 반응이라고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