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말고, 단백질·지방도 혈당 확 높일 수 있다?”
“인구의 약 17%, 예외적일 수 있어”… 단백질 또는 지방이 인슐린 급상승의 ‘주범’ 가능성
인슐린은 혈당(핏 속 포도당)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때문에 혈당 수치와 인슐린 수치가 덩달아 높아진다.
탄수화물은 혈당을 치솟게 하는 주범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탄수화물이 항상 인슐린 수치를 급격히 올리는 제1의 요인이 아닐 수 있으며, 그 자리를 단백질이나 지방이 차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사체 기증자 140명의 ‘췌장 섬(랑게르한스 섬)’ 세포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슐린 수치의 급상승을 일으키는 영양소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순인 경우가 전체 분석 대상자의 약 83%를 차지했다. 이들은 탄수화물이 단백질이나 지방보다 더 강한 인슐린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머지 약 17%는 이 규칙을 깨뜨렸다. 분석 대상자의 약 9%는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에 더 강한 인슐린 반응을, 약 8%는 탄수화물보다 지방에 더 강한 인슐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Proteomic predictors of individualized nutrient-specific insulin secretion in health and disease)는 국제학술지 ≪셀 신진대사(Cell Metabolism)≫에 실렸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제레나 콜릭 박사(생명과학연구소 세포생리과학과)는 “인체의 인슐린 반응은 지문(손가락 무늬)처럼 독특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이나 지방에 더 강한 인슐린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식단과 혈당 관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들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가장 우선적으로 줄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인 제이슨 펑 박사는 “대부분 사람에게는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인슐린을 줄이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저지방 식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서 분리한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혈류, 호르몬 수치, 신체활동도 인슐린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안고 있지만, 이 연구는 개인 맞춤형 영양에 대한 흥미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새로운 유전자 검사는 각 개인의 인슐린 반응에 딱 들어맞는 다량 영양소의 비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인슐린은 에너지(열량)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 자극에 반응하며, 췌장 섬(랑게르한스 섬) 베타 세포에서 분비된다. 인슐린 분비 촉진제로는 탄수화물이 가장 강하며, 이어 아미노산 지방산 순이다. 인슐린 분비의 주요 동인은 포도당이다. 그러나 단백질과 지방도 인슐린 분비를 조절할 수 있다. 탄수화물이 아닌 영양소가 인슐린 분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고인슐린혈증’을 목표로 하는 식단이 폭넓고 유익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릭 박사는 “개인마다 식단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한 가지 다량 영양소인 포도당에 대한 식후 반응도 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환자의 개인 맞춤형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종전의 식단 지침을 따르면서 의사나 영양사와 긴밀히 협력해 각자의 필요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건강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