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약 먹고 살쪘다면…의사에게 처방 변경 요청?”
약의 성분명, 상표명 개념 익혀…약국의 ‘조제약 복약 안내’ 등 정보 분석해 활용하면 도움
약의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다. 살이 찌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우울증 약(항우울제), 염증 약(항염증제), 정신병 약(항정신병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우울증 약을 장기간 복용(6개월 이상)한 뒤 몸무게가 5% 이상 늘어났다면,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음식 섭취에 신경을 쓰고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도, 우울증 약을 먹은 뒤 살이 쪘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미국내과학회가 발행하는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8가지 우울증 약 가운데 부프로피온(Bupropion, 성분명)이 살찌는 부작용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프로피온 성분이 든 우울증 약은 웰부트린(Wellbutrin), 애드피온(Addpion) 등 상품명으로 시판되고 있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우울증 약 8종(이하 성분명)인 서트랄린, 시탈로프람, 에스시탈로프람, 플루옥세틴, 파록세틴, 부프로피온, 둘록세틴, 벤라팍신 등의 체중 증가 부작용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우울증 약을 처음 복용하는 18~80세 성인 18만여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들 약물 복용 후 6개월, 12개월, 24개월 시점의 체중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프로피온을 복용한 사람은 서트랄린을 복용한 사람에 비해 체중이 5% 이상 늘어날 위험이 15~2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트랄린은 ‘졸로프트’라는 상품명으로 팔리고 있다.
연구팀의 미국 하버드대 의대 조슈아 페티마 조교수(필그림 건강관리연구소 인구의학)는 "약물 복용 후 예상되는 체중 증가량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약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런 정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14%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우울증 환자(2022년 기준)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환자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체중 증가는 우울증 약의 매우 흔한 부작용이다. 이는 환자의 장기적인 대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살이 찐다는 이유로 처방된 우울증 약을 무턱대고 끊어 증상이 더 나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약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시탈로프람(성분명)은 셀렉사(상품명)으로 시판되고 있다. 에스시탈로프람은 렉사프로, 플루옥세틴은 프로작, 파록세틴은 팍실, 둘록세틴은 심발타, 벤라팍신은 이팩사 등 상품명으로 팔리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한 에스시탈로프람, 파록세틴은 복용 첫 6개월 동안 체중이 5% 이상 늘어날 위험이 서트랄린에 비해 약 15%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세 가지 우울증 약은 모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우울증 약에 속한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제이슨 블록 부교수(일반내과, 필그림 건강관리연구소 인구의학)는 "체중 증가는 환자가 약 복용을 중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부작용이므로, 이를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