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하겠다"...동네의원 휴진 막은 '맘카페 파워'

휴진 의원 비판하는 온라인 게시글 쏟아져...실제 휴진 참여 저조

(왼쪽)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18일 휴진한 병원을 가지 않겠다는 게시글이 쏟아 지고 있다. (왼쪽) 서울 중랑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이 휴진 중이다. [사진=임종언 기자 / 자료 = 네이버 카페 캡쳐]
"환자들 목숨 볼모로 잡고 자기네들 의사를 관철하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동네 병원도 제 밥그릇 지키기에 동조한 게 아닌가 하네요."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이뤄진 개원가 집단 휴진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맘카페 등에서는 휴진한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며 '보이콧(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에 의료계 안팎에선 맘카페가 동네병원의 저조한 휴진 참여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날 하루 병원 문을 닫거나 오전 진료 후 의협 '총궐기대회'에 나선 동네병원 의사들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맘카페들에선 휴진한 병원을 나열하며 '앞으로 다시는 안간다', '믿고 가던 병원인데 실망스럽다', '불매운동 한다', '집단이기주의 아니냐' 등의 날선 게시글이 주를 이뤘다.

31만명 회원을 보유한 '동탄 맘카페'의 한 회원은 "아이가 아파서 소아과에 갔는데 휴진이었다. 검색사이트에는 휴진이 아니라고 떠서 갔다가 헛걸음했다"며 "동네 소아과까지 휴진할 줄 몰랐는데 전화를 해보고 가길 바란다. 아이가 자주 아픈데 걱정이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8만명의 회원을 둔 '(용인) 수지맘 카페'에서 한 회원은 "똑똑하신 분들의 집단이 환자를 무기로 삼는 행동을 선택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며 "어린 영아나 위급하신 분들은 응급실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동네의원까지 이 난리니 너무나 걱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휴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표출되면서 동네의원 불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개원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비뇨기과를 운영 중인 한 개원의는 "어쩔 수 없이 동네 병원 의사들은 맘카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식당과 마찬가지로 서비스가 별로라면 좌표를 찍어 쉽게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며 불매운동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서울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다른 개원의는 "실제로 맘카페에서 한 소아과를 저격해서 그 의원이 문을 닫은 사례도 있었다"며 "이 때문에 휴진하려면 맘카페 눈치도 봐야 하고 좌표가 찍히면 병원 매출에 타격도 있을 수 있어서 휴진하지 않은 병원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법적 대응, 휴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와 더불어 맘카페 등 커뮤니티의 낙인도 휴진을 꺼리게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것들이 더해져 실제 의료계의 18일 총파업은 참여율이 저조해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의료기관 3만6059곳 중 14.9%(5379곳)가 휴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0년 8월 14일 의료파업 당시 집단 휴진율인 32.6%의 절반 수준이다.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걸러졌다는 점에서 맘카페의 '휴진 저격 행위'를 옹호하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대다수 의사들은 휴진하지 않았는데 이는 정부 정책에 찬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지켜야 하는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런 병원을 더 신뢰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사전 신고 없이 휴진한 병원은 법률상 '진료 거부'로 불법"이라며 "그런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며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를 중심으로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맘카페 등에 쓴 글이 결국은 한 병원을 폐원하게 할 수 있고, 이는 지역사회에서 병원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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