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 6가지 유형으로 재분류해야”

뇌의 특정 신경회로 활성화 유무에 따라 치료법도 달리 적용해야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는 정신건강문제 중에서 가장 흔한 동시에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하나로 묶어서 볼 때 뇌 활동 패턴을 토대로 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유형별로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미국과 호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데일리 메일이 보도한 내용이다.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는 정신건강문제 중에서 가장 흔한 동시에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영미권의 경우 인구의 약 8%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환자들은 효과적 치료법을 찾지 못해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법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10명 중 4명은 첫 번째 치료법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겪는다. 우울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 치료나 대화 요법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며, 3분의 2는 치료가 우울증을 완전히 진정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이런 악순환을 줄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스캔한 환자 별 뇌 활동 패턴을 토대로 우울장애 불안장애를 새롭게 6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가 있는 801명의 환자 표본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은 휴식 중에 그리고 슬픈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와 같은 감정적 반응이 생성될 때 뇌 스캔을 받았다. 연구진은 건강한 대조군 137명과 비교를 통해 차이점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휴식 중이나 감정적 자극에 반응할 때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화 여부를 토대로 유형을 분류했다. 또 각 참가자의 불면증이나 자살 감정과 같은 우울증과 불안증을 평가해 유사한 뇌 스캔 결과를 가진 환자들의 공통 징후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하나로 묶어 6개의 다른 유형으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이를 DC+SC+AC+(169명), AC-(161명), NSA+PA+(154명), CA+(258명), NTCC-CA-(15명), DXSXAXNXPXCX(44명)로 명명했다.

6가지 유형은 특정 신경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반대로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로 나뉘었다. 예를 들어 CA+ 유형은 계획과 준비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인지 조절 회로가 과잉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DC+SC+AC+ 유형은 슬픈 사람의 사진을 인식함에서 있어 느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증상의 차이도 있었다. 예를 들어 DC+SC+AC+ 유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집중력 저하와 충동성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NSA+PA+ 유형은 삶의 경험에서 흥미나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쾌감상실증(anhedonia)’이 훨씬 심했다.

연구진은 유형별로 적합한 치료법도 함께 조사했다. DC+SC+AC+ 유형은 인지행동치료(CBT)와 같은 행동 치료에 더 잘 반응했다. 대조적으로 AC- 우형은 행동 치료에 대해 모든 그룹 중 가장 낮은 반응을 보였다. 또 CA+ 유형은 항우울제인 벤라팍신(venlafaxine) 처방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우울장애와 불안장애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진단을 발견하는 것과 어떤 치료법이 각 유형에 더 효과적인지를 발견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결과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스탠퍼드대의 리앤 윌리엄스 교수는 “우울증이 뇌 기능 방해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모든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식의 천편일률적 접근법보다는 뇌 기능의 객관적인 측정에 기초한 개인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수백만 명의 우울증 환자들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는 항우울제을 일괄적으로 복용하고 그로 인한 성욕감퇴의 부작용으로 고통받은 것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SSRI는 우울증 환자의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는 점에 근거해 그 수치를 높여주는 약으로 최근 들어 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복용량은 몇 년 간 계속 급증해왔다.

심지어 SSRI가 젊은층의 심장병의 위험을 높이거나 역설적으로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들도 발표됐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약물 자체보다는 약물이 완화되도록 설계된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 정신과 의사들은 항우울제의 부작용, 즉 잠재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환자들에게 의료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3057-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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