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치료제, 장기적으로도 안전성 확인

겸상적혈구병 치료제 ‘카스게비’, 부작용·수혈의존도 줄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초로 3세대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적용된 겸상적혈구병 치료제 ‘카스게비’가 투약 후 장기 추적 연구에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유전자 치료제의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되던 장기적 영향의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며 확실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최근 유럽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EHA 2024)에서 카스게비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지 약 6개월 만의 후속 연구 발표다. 이번 연구에서는 카스게비를 투약한 39명의 겸상적혈구병 환자를 최소 16개월간 확인했다.

추적 결과 카스게비는 겸상적혈구병 치료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인 ‘혈관폐쇄위험(VOC)’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39명의 환자 중 36명(92%)은 투약 후 첫 1년 동안 VOC를 경험하지 않았으며, 환자들은 평균 28개월, 최대 55개월까지 VOC가 없는 기간을 유지했다.

겸상적혈구병은 적혈구 세포가 낫 모양으로 변형되며 말초의 미세 혈관을 막는 병이다. 대부분 환자가 혈관이 막혀 심장질환 합병증을 앓다 사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 치료에서 카스게비가 충분히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것이 제조사 버텍스의 설명이다.

이번 발표에서 카스게비를 투여한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장점도 공개됐다. 버텍스가 총 52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이들 환자 모두가 현재 수혈이 필요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9명(약 94%)은 투약 직후 1년 동안 수혈 없이도 병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초기에는 수혈이 필요했던 나머지 환자들도 현재는 수혈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평균 31개월, 최대 59개월까지 수혈 없이 지냈다.

버텍스는 “이번 두 건의 발표는 카스게비가 환자들의 생존 확률을 높인 것은 물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유전자 가위 치료법이 당장의 효과와 다르게 장기적으로는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지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던 시장의 평가를 이번 연구 결과로 일부 해소했다는 것이다.

버텍스 측은 “이번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영국에서 정식 승인 후 상업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스게비는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를 받았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카스게비에 대해 조건부 판매를 허가했지만, 지난달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가 전면 상업화를 반대하며 정식 판매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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