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고주파 온열요법’
[박효순의 건강직설]
인류는 암과의 전쟁에서 언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암 치료는 이대로 과연 충분한가?
새로운 암 치료법으로 떠오른 면역치료에 학계와 국민의 기대가 크다. 의학적으로 표적항암제에 이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진행암이나 전이암의 치료 성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표적+면역’ 치료는 이러한 성과를 더 높여주기도 한다.
면역항암제의 괄목할 치료 성적은 다양한 면역요법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생존율 향상은 물론 외과적 수술, 방사선과 함께 3대 치료법으로 꼽히는 기존 항암요법(화학요법, 표적 치료)의 부작용 또한 크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면역치료는 인간 신체가 보유한 면역 기능을 이용한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꼽힌다. 이는 종양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여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일본의 혼조 다스쿠 박사(교토대 명예교수)는 제임스 앨리슨 교수(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와 함께 면역세포의 암 치료 능력을 높이는 항암제인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원리를 규명한 공로로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최근 들어 면역요법의 하나인 고주파 온열요법이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인체 내부의 심부열을 높여 면역력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퇴치하는 방법이다.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제6회 IVRA 국제암치료 컨퍼런스 2024’에서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종신 교수인 김의신 박사는 "여러 가지 약물(항암제)을 사용하면 암 자체의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 또한 심하다"면서 "기존 치료에 인체 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는 온열치료를 병용하면 면역세포를 자극해 전신에 퍼져 있는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장홍석 교수(방사선종양학과)는 "현재 국내 암 치료에서 온열치료 단독요법은 어렵고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에 대한 보조 요법으로 유용성이 있다"면서 "아직 환자 자체가 많지 않지만 수년 내 사례가 쌓이면 온열치료에 대한 효과적인 내용의 논문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학술단체인 IVRA(이브라, 국제바이러스연구협회)는 몇 년 전부터 서울에서 암 치료 컨퍼런스를 열어 각국의 온열요법 연구 동향과 임상 결과를 교류하고 있다. 온열 암 치료 분야에서 국산 의료 장비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미 국내뿐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국내 A사의 고주파 온열암치료기(리미션 1°C)가 진출해 있다.
이날 예산명지병원 유승모 원장(IVRA 대표)은 "온열 암 치료를 제4의 암 치료법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환자가 요양병원으로 전전하고 있으며, 이처럼 치료 사각지대에 있는 암 환자들에게 고주파 온열치료가 새로운 희망봉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온열 암 치료는 주요 대학병원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거 잘못된 의료기기로 인한 발생한 막대한 부작용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치료법으로 한계에 봉착한 암 환자들에게 온열요법이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학계뿐 아니라 정부와 업계 등이 힘을 모아 바람직한 정착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