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노조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 결의...업무 협조 않겠다"
병원에 대자보 게시...강희경 교수 비대위원장 "전면 휴진은 마지막 몸부림"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산하 수련병원 중 한 곳인 분당서울대병원의 노동조합이 전면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원내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의 휴진 결의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해당 노조는 3100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단일노조로, 서울대병원 전체의 최대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와 다른 단체다.
노조는 휴진 결의를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 결의'라고 규탄하며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 경영악화에 따른 책임을 오로지 조합원들이 감내하며 업무과중과 무급휴가 사용에 내몰려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휴진 결의를 즉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교수들이 17일부터 휴진에 돌입한다면, 진료예약 변경과 같은 행정업무를 협조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비대위가 4월 30일 하루 휴진하고 의정갈등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했을 때 전화예약실 직원, 외래 간호사 등이 진료 일정 변경 등의 업무를 하면서 환자에게 사과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다시 휴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에 무기한 휴진까지 거론하니 당황스럽다"면서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 교수들이 직접 진료예약을 변경하라"고 했다.
한편, 의대 교수 측에선 휴진 결의가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양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소셜미디어(SNS)에서 "서울대 의대의 갑작스러운 휴진 결의에 의아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전면 휴진 결의는 그간의 요청에 제발 귀 기울여 달라는 우리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명령 ‘취소’가 아닌 ‘철회’는 전공의들을 현행법 위반의 범법자 신세로 남겨두는 것"이라며 "국가에 필요한 인력이란 이유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내리고 젊은이들이 거기에 구속되는 게 과연 정당한가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강 위원장은 의대 교수들이 환자 곁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이 중단되겠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게 아니다"면서 "휴진 기간 동안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부서 진료를 강화하고, 이후 진료실에서 뵐 때는 사회적 책무와 의료정책에 대한 인식을 갖춘 의사로서 뵙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