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보다 값진 마음에 울컥"... 韓 의사 도움 잊지 않은 필리핀 노동자

빌려준 아버지 장례비용 8개월 뒤 갚아...담당의 "잊지 않고 와준 것에 감사"

필리핀 이주 노동자 크리스찬이 박현서 원장에게 주고 간 현금 100만원과 편지 [사진=박현서 원장 SNS 캡쳐]
아버지 장례를 위해 담당 의사에게 돈을 빌리고 8개월 만에 갚은 필리핀 이주 노동자의 사연이 온라인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지난 19일 충남 아산 현대병원의 박현서 원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8개월만에 돌려받은 '귀한 100만원'에 얽힌 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우리나라로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 크리스찬, 작년 9월 급성 갑상샘기능항진발작증으로 1주간 입원했다"며 "많이 좋아져서 내일이면 퇴원인데 침대에 앉아 훌쩍 훌쩍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크리스찬이 울고 있던 이유는 필리핀의 있는 그의 부친이 교통사고로 부고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의 모친은 암환자였고, 어린 동생들은 돈을 벌지 못해 그가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필리핀에 비행기를 타고 갈 돈도 부친의 장례를 치를 비용도 없었다.

딱한 소식을 들은 박 원장은 두말없이 현금 100만원을 봉투에 담아 그의 손에 쥐어줬다. 그러면서 "어서 필리핀가서 아버지 잘 모셔요. 내가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요. 내가 빌려주었다는 얘기는 절대 아무에게도 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그리곤 8개월의 시간이 흘러 박 원장도 이 일을 잊을 즈음, 그는 간호사로부터 한 젊은 외국인 남성이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박 원장은 "어디서 보던 낯익은 얼굴이길래 1분만 얘기를 들어주자 했는데 두꺼운 봉투와 영문으로 된 편지를 살며시 내밀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며 "그제야 나는 크리스찬이 잊지 않고 8개월만에 돈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고 눈물이 글썽여졌다. 그도 마찬가지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적었다.

박 원장의 도움을 받은 그는 부친의 장례를 잘 마치고, 다시 입국해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늦게 갚아서 미안하고 전했다. 박 원장은 "고국의 어려운 가족에 송금하면서 매달 한두푼 모아서 이렇게 꼭 갚으려고 애를 쓴 걸 보니 더 눈물이 났다"며 " 대기 환자들이 왜 저 사람 먼저 봐주냐고 난리를 치는 통에 크리스찬에게 고맙다 잊지 않고 와주어서,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요, 짧게 얘기하고, 커피 한잔도 대접 못하고, 헤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끝으로 박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 순수하고 정직하다"며 "단지 우리와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고 무심코 차별하고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면 우리 크리스찬 같은 외국인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오늘은 백만원의 돈보다, 크리스찬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한없이 기쁘다"고 하며 글을 마쳤다.

다음은 크리스찬이 박 원장에게 쓴 편지 전문이다.

2024년 5월 18일

DOCTOR, I WOULD LIKE TO APOLOGIZE. IF I HAD JUST RETURNED THE MONEY.
(선생님, 돈을 이제서야 돌려드려 죄송합니다.) 

YOU LENT ME BECAUSE MY MOTHER WAS ILL AND I WAS IN DETEST.
(선생님은 어머니가 편찮고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에 돈을 빌려주셨어요. )

I JUST SAVED THE MONEY I WOULD LIKE TO RETURN TO YOU AND I'M VERY SORRY.
(선생님께 돈을 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돈을 모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I'M SO GREATEFUL THAT I COULD BURY MY FATHER WITH MONEY YOU LENT ME.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돈으로 아버지의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DOCTOR, I ALWAYS INCLUDE YOU IN MY PRAYER BECAUSE WHAT YOU DID FOR WAS A GREAT HELP.
(선생님, 저는 기도할 때마다 선생님을 위해서도 기도를 드립니다. 선생님께서 하신 일은 저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RESPECTFULLY. 

존경을 담아서, 크리스찬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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