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외 의사 '수입' 가속화...15개 주에서 면허 요건 완화 중
테네시주서 오는 7월 첫 시행...미국 내 전공의 수련과정 면제
미국 각 주에서 해외 출신 의사를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의사 부족 상황을 해결하려는 목적에서다. 현재 15개 주에서 미국 내 전공의 수련과정을 일부 면제해 의사면허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의료보건 전문매체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는 최근 1년 사이 미국 15개 주에서 해당 방안을 제정했거나 입법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가장 먼저 추진한 곳은 미국 테네시주다. 지난해 4월 테네시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해외 의대 졸업생이 '임시 면허증'을 발급받아 주 내 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면 정식 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미국에서 전공의(레지던트) 수련을 받지 않아도 정식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ECFMG(외국 의대 졸업생 교육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해외 의대를 졸업하고 3년 이상의 전공의 수련을 마쳤다는 조건에서다. 또한, 비자나 영주권을 받아 법적으로 전공의 수련과 병원 근무에 문제가 없어야 하며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은 총 3단계 중 1, 2단계만 통과하면 임시 면허를 신청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후 지난해 7월 일리노이주가 유사한 법안을 제정하고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내용은 테네시주와 거의 유사하지만, 해외 의대 졸업생은 임시 면허증으로 활동하는 2년 동안 주 내 의료 낙후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일종의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플로리다와 버지니아주도 주의회 상·하원에서 입법 과정을 마치고 주지사 서명 절차만 남은 상태다. 플로리다주 법안의 골자는 미국의 표준 전공의 수련과정에 준하는 교육을 마쳤다면, 미국 내 전공의 수련을 면제하는 방안이다. 버지니아주에선 미국 내 전공의 수련 대신 임시 면허를 발급받은 2년 동안 주 내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해외 의대 졸업생의 정식 의사면허 발급을 허용하면서도 미국 내 전공의 수련과정을 일부 또는 전부 밟도록 하는 지역도 있다. 앨라배마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 졸업 1년 전 임시 면허증을 신청하면 미국 내 전공의 수련 기간을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법을 제정했다. 콜로라도주는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전공의 수련 기간을 이수 기간을 1년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아이다호와 워싱턴주는 미국 내 전공의 수련을 조건으로 임시 면허증을 발급한다. 아이다호주는 임시 면허증을 먼저 발급하고 전공의 수련 3년을 수료한 후 3년간 주 내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했다. 워싱턴주는 주 내 수련병원에서 최소 1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으면 2년의 임시 면허를 발급하고 이후 면허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애리조나,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미주리, 네바다, 위스콘신 등 6개 주에서도 외국 의대 졸업생에게 면허 발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진행 중이다. 애리조나주는 미국 내 전공의 수련 기간을 1년으로 완화하며, 네바다주는 임시 면허증만 발급한다.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미주리, 위스콘신주는 일정 기간의 임시 면허 발급 후 정식 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버몬트주가 테네시주의 법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 의사 인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각 주정부는 미국 내 전공의 수련을 일부 면제해 정부가 전담하는 전공의 수련비용을 절약하고 의료현장에도 의사 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하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미국의대협회(AAMC)에 따르면 오는 2034년까지 부족한 의사 숫자는 12만4000명 수준이다. 현재도 일차 진료(primary care) 분야에는 1만7000명, 정신건강 분야에선 8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실제, 미국이 수입한 해외 출신 의사의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20만3500명의 의사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해외 의대 출신이다. 전체 활동 의사 인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로 2004년 대비 30%나 증가한 규모다.
다만, 매체는 향후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각 주정부의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표준 수련과정을 받지 않고선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FSMB(주 의료위원회 연맹)와 ACGME(의학교육인정협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어 해당 정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미국 내 전공의 수련과정을 표준화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