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자살사망 급증... '보이지 않는 국가재난'
1월에만 전년比 32%↑...취약계층 중심 적극적 대책 시급
올해 1월 우리나라에서 1306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32.3%(319명)나 급증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서도 최고치다. 2021년 1월에는 998명, 2022년에는 1004명, 2023년엔 987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4일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전문가들은 올해 자살 사망자가 급격하게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1월 자살 사망자 잠정치가 공개되면서 큰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1월 자살 증가세의 원인에 대해 한국자살예방협회는 "그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회복기에 '자살 증가' 상황을 경고해 왔다"면서 "회복기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절망감,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올해 남성 자살 사망자의 증가가 두드러진 점에서 지난해 12월 배우 고(故) 이선균 씨의 사망 사고의 영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여성 사망자는 325명으로 전년 동월(298명) 대비 9.1% 늘어난 반면, 남성 사망자는 689명에서 981명으로 42.4% 급증했다.
다만 협회는 "관련성을 입증하려면 경찰이 조사한 사망원인, 나이, 직업, 수단, 장소 등에 대한 분석이 시행돼야 한다"면서 "현재까지 통계청은 자살 잠정치의 전체 숫자와 남녀비율만 공개하고 있어 민간에선 추가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1년 10만 명당 31.7명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22년 25.2명(1만2906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공식 통계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보건 당국은 소폭 증가세를 예상한다. 2023년 1~9월까지의 잠정 합산치가 전년 대비 8.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살예방협회는 북반구에서 봄철 계절성 기분장애의 영향으로 우울증과 기분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자살률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시기라는 점을 지적하며 현 상황을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 사회를 향해 제언한 촉구한 내용이다.
< 긴급 성명서 >
정부는 우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살의 증가를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적극적 대책을 사회적으로 우선순위에 두고 민관협력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위기를 위기로 말하고 절망을 경험하는 국민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회의 리더들부터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정신건강 혁신 비전선포식을 통해 정신건강의 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기로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 자살예방법 3조는 ‘국민은 자살위험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라고 구조를 요청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4조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살위험자를 위험으로부터 적극 구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사회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1. 현 시기 자살의 증가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등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2. 자살추이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여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 체계적 분석을 통해 근거에 기반한 자살예방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3. 절망에 빠진 국민이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회의 리더들이 우선적으로 구조를 요청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4.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이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살예방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하며 사회적 연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2024년 4월 4일
한국자살예방협회
◆소중한 사람의 자살 위기, 이렇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