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유방·비뇨생식기·혈액·흉부암 사업 강화

본사 전략 발표... "시젠 인수 통해 확보한 ADC 개발 집중"

[사진=뉴스1]

화이자가 항암제 사업부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판매로 매출 특수를 누렸으나, 지난해 팬데믹(대유행) 사태가 끝나면서 실적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주요 항암제 품목인 유방암 표적약 '입랜스' 등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화이자는 최근 항암제 사업 전략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최소 8개의 블록버스터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며 "앞으로 혁신 항암 신약으로 치료 받는 환자 수를 현 230만 명 수준에서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는 글로벌 항암제 사업 부문 총괄책임자로 크리스 보쇼프 박사를 선임했다.

현재 화이자는 주요 항암제 품목으로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를 비롯해 전립선암 표적약 '엑스탄디', 신장암 치료제 '인라이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약물은 더 이상 매출 성장이 어려운 모양새다. 입랜스의 매출은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아스텔라스와 제휴한 엑스탄디의 매출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두 약물 모두 오는 2027년에 시장 독점권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이자는 작년 430억 달러(약 57조2240억원) 규모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 시젠(Seagen)의 인수 거래를 끝마쳤다. 화이자는 시젠 인수를 모멘텀으로 향후 6년 내 항암제 매출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비중을 6%에서 6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실제로 시젠은 ADC 시장에서 선두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기술은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에 약물 활성 성분을 붙여 암세포 사멸 능력을 끌어올린 치료 방식이다. 시젠은 ADC 기술이 접목된 항암제 '애드세트리스(Adcetris)', '파드세브(Padcev)', '티브닥(Tivdak)', '투키사(Tukysa)' 등 ADC 파이프라인을 여럿 가지고 있다.

화이자가 발표한 기업 로드맵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큰 유방암을 비롯해 비뇨생식기암, 혈액암, 흉부암 등 네 가지 암종에 사업을 집중할 계획이다. 보쇼프 박사는 "시젠의 합류로 항암제 사업에 변곡점을 맞게 됐다"며 "앞으로 종양학 매출의 3분의 2 수준은 신규 항암제와 기존 제품들의 새로운 적응증 확대를 통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이자는 3개 대륙에 걸쳐 10개의 항암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상업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영업 마케팅 인력을 합치면 시젠의 3배 규모에 달한다"며 "새로운 혁신신약의 진입을 가속화해 초기 치료제로 전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화이자는 시젠 인수를 통해 유방암 분야에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표적 ADC 치료제 '디시타맙 베도틴'을 확보하는 동시에, 입랜스의 후속 신약 임상도 병행하고 있다. 동일 계열 신약 후보물질 '아티르모시클립'이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 2차 치료제로 임상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1차 임상평가가 시작된다.

아울러 3상 임상시험 TALAPRO-2 연구의 장기간 추적관찰을 통해 PARP 억제제 '탈제나'와 엑스탄디의 조합을 이용한 전립선암 임상도 확대된다. 이 치료제는 세포주기 조절과 DNA 복구 등에 관여하는 PARP라는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작용을 한다. 특히,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메브로메토스타트'에 대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도 돌입할 계획이다.

화이자 관계자는 "신약의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입랜스의 특허절벽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전체 항암제 매출에서 유방암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23년 40%에서 2030년 1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신 비뇨생식기암 치료제가 매출의 빈 곳을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화이자는 최근 BCMA(면역 B세포성숙항원) 표적 이중특이성 항체 약물 '엘렉스피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혈액암 치료제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원종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