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계 요구 대폭 수용"...의료사고특례법 '달래기' 통할까
'신뢰 회복 첫걸음' 필수의료특례법 신속 제정...박민수 차관 "언제든 대화 의지"
2000명 규모의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사고특례법 카드로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내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한 처벌 면제 기한(29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호소가 효과를 낼 지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의료계에 다시 한번 대화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의료계는) 의사 집단행동을 접고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즉시 화답하겠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계실 곳은 환자 곁"...전공의 어려움에 공감
박 차관은 그간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발언을 이어갔다.
박 차관은 전공의를 대상으로도 "병원의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인내하며 견뎌 온 전공의 여러분들의 그 시간을 깊이 공감한다"면서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의사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9일까지 환자 곁으로 되돌아왔을 때 국민들도 여러분들의 결단과 노력을 인정하고 여러분들이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현장 복귀를 촉구하던 기조에서 다소 유화적인 톤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진정성 믿어달라"...필수의료특례법, 의료계 요구 대폭 수용
이날 정부는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걸음'으로 필수의료특례법의 신속 제정을 내걸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필수의료 보호법을 처음 제정해 필수의료 살리기 등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증명하겠다는 의미다.
박 차관은 "정부는 필수의료를 반드시 살리겠다"면서 "오늘 공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난이도가 높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하시는 의료진들이 정말 자부심을 갖고 일하실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드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부연했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곧바로 공개했다. 오는 29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신속하게 입법 과정을 밟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해당 법안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보험에 가입한다면 의료인이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의도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직접 배상 책임 완화는 의료계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요구해 온 내용이다.
특히, 해당 특례법은 필수의료법뿐 아니라 미용·성형 분야도 가리지 않고 모든 의료행위 과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책임보험·공제'(보상한도가 정해진 보험) 보험료 역시 정부가 지원하고, 가입 시엔 의료인에 대한 공소 제기 면제도 보장한다. 보험 공제 범위 외의 책임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 가능성도 열어놨다.
필수의료특례법과 관련한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을 놓고 박 차관은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며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차관은 "진료 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혼란 속에서도 정부의 의료 개혁을 지지하고 비상진료지침에 협조하고 있는 국민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개혁의 흔들림 없는 완수로 보답하겠다"면서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