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세포 '이곳' 활성화... "인간 수명 6년 연장 가능해"
생쥐 특정 뉴런, 뇌세포와 지방조직 간 소통 촉진…인간에게 적용되면 수명 7% 연장
뇌의 특정 뉴런(신경세포)을 활성화하면 수명을 약 7% 늘릴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특정 뉴런(DMHPpp1r17 neurons)을 조절하면 시상하부와 지방조직 사이의 통신으로 노화 속도를 늦춰 건강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생쥐 실험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신체기관 사이의 통신 회선이 노화의 주요 조절자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통신 회선이 열려 있으면 신체의 기관과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통신 회선이 악화되고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분자와 전기 메시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연구팀은 생쥐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일련의 특정 뉴런이 활성화되면 신체의 지방조직에 신호를 보내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유전적·분자적 방법으로 특정 연령에 이른 뒤에도 통신 경로가 계속 열리도록 프로그래밍된 생쥐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뉴런이 활성화되도록 프로그래밍된 생쥐는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로 이 통신 경로가 점차 느려지는 생쥐에 비해 신체적으로 더 활동적이고 노화가 늦춰지는 징후를 보이며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뉴런이 활성화된 생쥐는 일반 실험용 생쥐의 최고 수명(약 900~1000일)보다 60~70일 더 오래 살았다. 이 일수는 전체 수명의 약 7%에 해당한다. 사람에게 적용하면 83세 노인이 88.8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2022년)은 82.7세다. 뉴런 활성화 생쥐는 나이가 들수록 더 활동적이고 털에 윤기가 흘렀고 털이 더 두꺼워 더 젊게 보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번 실험에서 뇌와 지방조직을 잇는 중요한 통신 경로가 몸 전체의 에너지 생산에 중심 역할을 하는 피드백 루프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피드백 루프가 점차 나빠지면 자연노화 과정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배측 시상하부에 있는 이 특정 뉴런은 중요한 단백질(Ppp1r17)을 생성한다. 이 단백질이 핵에 존재하면 뉴런이 활성화돼 교감 신경계(신체의 투쟁 또는 도피 반응 관장)를 자극한다. 이는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소화를 늦추는 등 몸 전체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이런 반응의 하나로 시상하부의 뉴런이 ‘백색 지방조직’을 관장하는 뉴런을 촉발하는 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백색 지방조직은 피부와 복부에 쌓이는 지방조직의 일종이다. 활성화된 지방조직은 신체활동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쓸 수 있는 지방산을 혈류로 내보낸다. 또한 시상하부로 돌아가 뇌가 기능에 필요한 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특정 단백질(eNAMPT) 효소를 방출한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이마이 신이치로 교수(발달생물학)는 "생쥐 뇌의 중요한 부분을 조작해 노화를 지연시키고 건강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포유류에서 이런 효과를 입증한 것은 이 분야에서 중요한 공헌이다. 이런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과거 연구는 벌레와 초파리 등 덜 복잡한 유기체에서 수행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피드백 루프는 뇌와 신체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속도가 느려진다. 나이가 들면 특정 단백질(Ppp1r17)이 뉴런의 핵을 떠나는 경향이 있다. 그럴 경우 시상하부의 뉴런이 약한 신호를 보낸다. 사용량이 줄면 백색 지방조직을 가로지르는 신경계 배선이 점차 줄고, 상호 연결되는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가 드문드문해진다. 지방조직은 지방산과 특정 단백질(eNAMPT)을 방출하라는 신호를 더 적게 받는다. 그럴 경우 지방이 쌓이고 체중이 늘고 뇌와 다른 조직에 연료를 공급하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연구팀은 시상하부와 지방조직 사이의 피드백 루프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을 여러 모로 연구 중이다. 한 가지 방법은 지방조직에서 생성된 뒤 뇌로 돌아가 시상하부에 연료를 공급하는 효소(eNAMPT)를 생쥐에게 보충하는 것이다. 이 효소는 지방조직에서 혈류로 방출되면 ‘세포외소포’라는 공간 안에 머문다. 혈액에서 이를 수집하고 분리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DMHPpp1r17 neurons regulate aging and lifespan in mice through hypothalamic-adipose inter-tissue communication)는 국제학술지 ≪셀 신진대사(Cell metabolism)≫ 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