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난소암 일으키는 유전자변이...눈 암도 부른다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승규 교수팀 연구
난소암, 유방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BRCA 유전자변이'가 망막에 생기는 암인 망막모세포종 발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 내벽을 구성하는 막으로, 눈에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모세포종은 대개 5세 미만의 나이에서 진단되며 환자의 약 40%는 유전으로 발병한다. 해당 종양이 유전된 사람은 암억제유전자인 RB1의 기능 이상을 모든 세포에 가지고 태어난다.
모든 세포는 각각 두 개의 대립유전자를 가진다. 유전된 사람은 이중 하나에 RB1 기능 이상을 타고나는데 이것이 다른 하나에도 옮겨가면 망막모세포종이 발생한다.
반대로 유전이 안된 경우, 후천적 요인으로 두 개의 RB1 대립유전자 모두 기능 이상이 발생해야 생긴다. 유전 여부를 떠나 대립유전자 2개 모두에 기능 이상 발현돼야 하는 것을 발병의 전제로 여겨 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승규 교수 연구팀은 2017~2021년 10월까지 이 병원에 내원한 망막모세포종 환자 30명의 혈액을 채취했다. 그런 뒤 암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선천성 유전요인을 파악하는 유전성 암 패널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6명(20%)에게서 BRCA(1·2) 또는 그와 관련된 BRIP1 유전자변이가 발견됐다.
주목할 점은 이중 한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망막모세포종 발병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았다. 해당 환자는 RB1 이상이 양쪽 대립유전자 모두에 드러나지 않고, 한쪽에만 나타났다. 다만 이 환자는 체내 모든 세포에서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됐다.
이에 연구팀은 이들에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상태에서, 외부 환경에 의한 후천적 변이가 겹치면서 망막세포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망막모세포종의 발생에 있어 BRCA 유전자변이의 유병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망막모세포종의 표적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안과저널(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한편 망막모세포종은 망막에 발생하는 흰색 종양으로 소아 안구 내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가장 흔하며, 한쪽 또는 양쪽에 생길 수 있다. 환자의 60% 정도는 한쪽 눈에서 비유전성으로 발생하며 15% 정도는 유전성으로 한쪽 눈에, 나머지 25%는 유전성으로 양쪽 눈에 발생한다.
망막세포종의 주요 증상은 종양으로 인해 동공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동공'이 나타나며, 시력저하로 사시(두 눈이 똑바로 정렬돼 있지 않은 상태)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종양이 커진다면 안구 통증 및 돌출을 유발한다.
이 병은 영유아 1만5000~2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사망률이 높은 병이었으나, 최근에는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만 잘 받으면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