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음주량보다는 ‘폭음’이 간경변 주범?”…어떻게?
유전적 요인에 폭음까지 하면…간경변 위험 6배나 '쑥'
폭음이 총 음주량보다 간경변을 일으키는 데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환자 중 활동적인 음주자에 해당하는 성인 31만2599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제1 저자인 UCL 의대 린다 응 팻 박사(역학·공중보건)는 “알코올 소비량보다는 폭음과 같은 알코올 소비 패턴이 알코올성 간경변(ARC)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간 질환과 알코올의 관계를 조사한 종전 연구 결과는 대부분 알코올 소비량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그러나 술을 자주 많이 마시는 편에 속하는 성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음주 패턴과 유전적 요인, 제2형당뇨병이 알코올성 간경변의 발병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특히 하루 음주 한도 내에서 술을 마시고, 알코올성 간병변에 대한 유전적 요인이 약하고, 제2형당뇨병을 앓지 않는 사람의 기준 위험비(HR)를 1로 설정했다. 이런 사람을 기준으로 다른 경우의 간경변 위험을 상대 평가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음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ARC에 걸릴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중 어느 시점에 하루 12잔을 마시는 사람이 폭음자로 규정됐다. 또 유전적 요인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ARC 위험이 4배, 제2형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ARC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알코올성 간경변에 대한 유전적 요인이 강한데다 폭음까지 하는 사람은 ARC에 걸릴 위험이 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위험 요소가 많을수록 이들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이른바 '초과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의 음주 패턴, 유전적 프로필, 제2형당뇨병 여부가 알코올성 간경변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조기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세계 인구의 2~3%가 간경화 등 간질환을 앓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알코올 관련 사망자가 20%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UCL 의대 고탐 메타 박사는 "과음하는 사람 3명 중 1명이 심각한 간 질환에 걸린다. 간경변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지만 음주 패턴도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2~3차례에 걸쳐 술 21잔을 마시는 폭음이 이를 일주일에 걸쳐 고르게 조금씩 마시는 것보다 간에 더 해롭다.
이 연구 결과(Binge-pattern alcohol consumption and genetic risk as determinants of alcohol-related liver disease)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