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녹십자, 면역글로불린 美진출로 돌파구 마련?
녹십자가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면역글로불린제제 ‘IVIG-SN 10%’의 미국 진출에 대해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다. 녹십자는 최근 독감백신과 혈액제제 시장의 경쟁 심화와 수출감소 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인데, 이를 반전시킬 카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과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등 1차성 면역결핍질환 치료제이다. 면역 체계를 강화해주는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와 10%로 구분된다.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 5% 제품인 ‘IVIG-SN 5%’은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약처 허가를 받았으며, 브라질과 파키스탄 등 15개국에서도 허가를 얻어 판매되고 있다.
고농도 제품인 IVIG-SN 10%는 2017년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IVIG-SN 10%은 임상 3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인 ‘급성 중증 세균성 감염’의 12개월 내 발생 빈도가 미국 FDA(식품의약국) 기준인 1보다 크게 낮은 0.02를 기록하면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약물로 인한 심각한 수준의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녹십자는 2021년 미국 FDA에 IVIG-SN 10%에 대한 허가 신청서(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제출했으나, 2022년 보완 요구(CRL, Complete Response Letter)를 받으면서 허가가 늦춰졌다. 보완 요구 이유는 제품의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보다는 생산설비 현장실사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후 녹십자는 FDA의 우수의약품제조기준(GMP) 실사 및 시정조치-예방조치(CAPA, Corrective Action Preventive Action)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14일 BLA를 최종 제출했다. 이번에는 빠른 결과 확인을 위해 '심사비용 신청자부담(PDUFA)'을 신청했으며, 이를 통해 FDA의 심사 결과는 내년 1월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일정대로 내년초 IVIG-SN 10%가 승인을 획득한다면 미국법인 GC바이오파마를 통해 특수의약품 전문회사(Specialty Pharma)에 먼저 직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혈액제제 시장이 진입장벽이 높고 항상 공급부족 상태라는 점에서 출시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녹십자는 지난달 5~8일 미국에서 개최된 면역글로불린 컨퍼런스 ‘IgNS 2023’에 참가해 IVIG-SN 10%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는 등 내년초 출시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친 바 있다.
IVIG 수출은 현재 약 63%에 불과한 녹십자 오창공장의 가동률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CMI(Coherent Market Insight)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63.3억 달러를 상회하고 연평균 6.8%의 성장세를 보여 2028년 102.4억 달러를 형성할 전망이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10개 정도인데, 다케다, CSL베링, 그리폴스 등이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의 50~60%를 점유하고 있다. CSL베링의 대표 제품인 프리비젠(Privigen)이 연간 30억 달러 이상 판매되며 1위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면역성 감염질환이 출현해 면역글로불린 사용 범위가 커지면서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등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녹십자 제품이 약 1% 시장점유율만 확보하더라도 녹십자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는 그간 IVIG-SN 10%의 미국 진출 추진 과정에서 임상이 지연되고 FDA의 생산시설 관련 보완 요구 등으로 허가가 늦춰져 이 부분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FDA 실사 등을 거치면서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돼 FDA 승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미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미국 내 판매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현실적인 과제인데, 현재 보험사 협상 및 학회 접촉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이어서 출시 후 시장 안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녹십자의 IVIG-SN 10%가 내년 1월 13일 FDA 승인을 받는다면, 최근 백신 및 헌터라제 사업부 성장 둔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녹십자에게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