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편 vs 아내, 누가 더 오래 살까?

[김용의 헬스앤]

50대 부부는 나란히 갱년기를 겪는다. 크고 작은 병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건강을 챙겨 줘야 노년의 건강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목을 보고 피식 웃으며 ‘당연히’ 아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이다. 성 염색체, 유전, 흡연, 음주, 사고 위험(모험을 즐기는 성격) 등 여러 면에서 여자가 장수에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갱년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제목에 ‘50대’를 넣은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 갱년기가 왜 수명과 관련이 있을까? 역설적으로 건강에 바짝 신경 쓰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40대 초반까지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여성도 열감, 수면 장애 등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면 몸을 챙기기 시작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고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감소로 살이 찌면서 운동도 열심히 한다.

갱년기는 노년 건강의 분수령, 담배 못 벗어나는 남성들

50대 남자도 갱년기를 겪지만 여자에 비해 증상이 약하다. 우울감, 복부비만, 발기부전 등이 나타나면 오히려 술, 담배로 푸는 경향이 있다. 본인도 모르게 갱년기가 지나가니 젊을 때 하던 나쁜 생활 습관을 여전히 반복한다. 중년의 건강은 노년 건강을 좌우한다. 이 시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결국 각종 질병에 신음하며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 남자의 건강수명은 술, 담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보다 6년 더 살지만앓는 기간이 길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여성건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6년 더 길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여성은 앓는 기간도 길어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여성들 자신도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1년)에서 “나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30.9%에 불과했다. 남성(37.0%)보다 6.1%포인트 낮았다.

중년-노년 여성의 건강은 갱년기 후유증이 크게 작용한다. 60세 이전 고혈압 환자는 술, 담배를 즐기는 남성이 더 많지만 60대 중반이 되면 역전된다. 여성은 폐경 후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혈중지질 농도가 높아진다. 65세 이상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66.3%로 남성(58.5%)보다 높다. 올해 여성 노인 인구 532만여 명 가운데 고혈압 환자는 353만여 명이나 된다. 남성(244만여 명)보다 무려 110만여 명이 더 많다.

폐암, 췌장암의 여성 발생률도 크게 증가… 위협 받는 여성의 몸

뼈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여성의 건강수명을 위협한다. 젊을 때는 넘어져도 훌훌 털고 일어나지만 갱년기를 겪으면 골절상을 당하기 쉽다. 여성 노인 골관절염 유병률은 46.4%로 남성의 3배나 된다. 남성 환자가 많은 폐암, 췌장암의 여성 발생률도 크게 늘고 있다. 2022년 발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여성 폐암 신규 환자는 9292명이나 된다. 췌장암은 남녀 차이가 거의 없다. 남성 환자가 4324명, 여성이 4090명이다.

반면에 여성 건강을 해치는 흡연-음주는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나이별 흡연율은 25~34세 여성이 10.3%로 가장 높다. 담배를 끊어도 처음부터 흡연을 안 한 사람과 건강 상태가 같아지려면 20년이 지나야 한다. 금연은 빠를수록 좋다. 고위험 음주율은 35~44세 여성에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낮아 후유증이 더 크다.

남자가 여자 수명 따라 잡을 수 있을까?… 50대의 생활 습관 중요

최근 자료를 보면 남성의 기대수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술, 담배를 절제하고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열심인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 수명 차이 6년을 2~3년으로 좁히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스트레스와 우울 장애가 남성보다 많다. 장기간의 우울증은 치매 위험을 높여 건강수명을 좀 먹는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장수의 의미가 사라진다. 가족에게 부담을 줘 불화의 씨앗이 된다. 주위의 축복과 찬사를 못 받는 ‘오래 사는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단순히 나이가 많은 것에서 나아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는 치매 예방을 위해 95세에 매일 일기를 쓰고, 산 이름 30개를 외우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나는 축복받는 노년을 살 수 있을까? 50대는 건강수명의 갈림길이다. 지금 당장 일어나 걷기 운동이라도 해보자.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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