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 개 사체까지"...팬데믹으로 더 곪은 '이 병'
팬데믹 기간 중 생긴 불안, 스트레스가 원인
병적으로 물건에 집착해 온 집안에 쌓아 놓고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TV에 소개되곤 한다. 밖에서 쓰레기를 주워 와 집을 마치 쓰레기장처럼 만들거나, 반려동물이 있음에도 유기동물을 계속해서 수집하듯 데려와 가둬 놓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저장강박증, 호더(Hoarder)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치 판단과 의사 결정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일부 기관이 손상돼 물건이 필요한지, 버려야 하는지 판단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 사이 이러한 저장 강박 증세가 더 심각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전 세계 인구 2~3%만이 저장 강박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유행한 2020년 이후 그 비율이 4%대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인구가 약 80억인 것을 감안 코로나 기간 동안 약 1억6000만명(2%)이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두고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늘어남과 동시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물건을 배송해 사고 모으는 행위도 급증한 결과로 해석했다.
아울러 전염병 이전에도 강박 장애와 같은 정신병을 호소했던 환자들의 경우에는 질환이 더 악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 친구 등 사람과 만나지 못해 외로움과 불안이 커졌으며, 정신병 대면 치료도 어려워지면서 강박 증세가 더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40%가 팬데믹 기간 동안 더 증상이 심각해진 것으로 드러났으며. 같은 조사로 덴마크는 61% 이상이 증상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비영리 의료기구인 알리나 헬스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네이선 박사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어려운 경험이었기에 사람들은 큰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것"이라며 "극도의 스트레스는 저장 행동 증가 등의 강박 증세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에는 호더들이 주거하는 주택 내부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것은 물론, 죽은 지 최소 8개월은 된 허스키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경우도 있었다.
저장강박증은 스스로 병을 인식하는 병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치료 의지만 있다면 약물치료(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 병행하면 상당 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확인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인지 재구성'을 통한 병식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 물건을 직접 버리는 연습을 통해 점진적 치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