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낫지 않는 과민대장증후군...“우울증 약 먹었더니 개선”
저용량의 아미트리프틸린, 뇌와 장 연결 신경 치료 효과
우울증과 편두통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치료약이 과민대장증후군(IBS)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리즈대 의학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저용량의 아미트리프틸린을 복용한 사람들은 위약(가짜 약)을 복용한 사람들보다 과민대장증후군이 개선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장의 기질적 이상 없이 만성적인 복통 또는 복부 불편감, 배변 장애를 동반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환자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고 의욕 상실을 초래하여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아미트리프틸린은 삼환계 항우울제로 불리는 약품. 새로운 치료법으로 인해 최근 우울증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편두통을 예방하고 만성 신경 및 허리 통증을 치료하는 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영국의 3개 지역에서 온 과민대장증후군이 있는 460여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아미트리프틸린이나 위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의사들이 이들에게 약을 처방했고, 이후 지침을 통해 환자들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자신의 복용량을 관리했다.
연구 결과 아미트리프틸린 복용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6개월 후 과민대장증후군 증상이 거의 두 배 높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용량을 복용했기 때문에 부작용은 거의 없었고, 아침에 구강 건조와 같은 경미한 증상이 발생했다.
연구팀의 알렉산더 포드 박사(소화기내과 교수)는 “이 약물이 통증을 조절하고 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아미트리프틸린을 10~30㎎의 저용량으로 적절하게 사용했을 때 과민대장증후군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인구 20명 중 1명은 과민대장증후군의 특징인 복통과 장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 박사는 “과민대장증후군은 사회 활동, 일할 능력, 본인 부담 비용 및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과민대장증후군에 치료법이 있지만 대부분 미미한 영향을 미치며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과민대장증후군은 1차 치료법이 효과가 없고 다른 치료법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카일 스톨러 박사(하버드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약물은 오랫동안 우울증 치료에 잘 사용되지 않았지만 저용량으로 과민대장증후군을 치료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스톨러 박사는 “이 약물이 항우울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차 진료 센터와 일부 소화기내과 전문의 사이에서도 처방을 꺼려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약물이 우울증이나 불안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말초, 즉 뇌와 장을 연결하는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Amitriptyline at Low-Dose and Titrated for Irritable Bowel Syndrome as Second-Line Treatment in primary care (ATLANTIS): a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phase 3 trial)는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