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 중 떨어진 체온, 안전하게 회복하려면?

서서히 몸을 덥혀줘야...과도한 스트레칭은 오히려 나빠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 등산이나 운동 중 땀을 많이 흘리면 쉬는 시간에 저체온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등산이나 체육대회 등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몸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 그늘이나 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에 오랫동안 노출될 때, 특히 옷이 젖고 기진맥진한 때 저체온증의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면서 “심하면 오한이나 현기증, 사지마비가 동반되면서 의식을 잃어 위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저체온증은 임상적으로 중심체온(심부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인체의 열 생산이 감소하거나 열 소실이 증가할 때, 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 발생한다.

저체온증은 크게 '우발성(환경성)' 저체온증과 '대사성' 저체온증으로 나뉜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환경성 저체온증은 추운 환경에 노출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차가운 기온에 옷을 충분히 입지 않은 채 땀이나 비에 몸이 젖고 바람에 맞으면 위험하다. 대사성 저체온증은 다양한 내분비계 질환(갑상샘 기능 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에 기인하며, 저혈당 발생 시에도 저체온증이 동반될 수 있다. 뇌손상이나 종양,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 역시 대사성 저체온증을 유발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 환자에서 대사성 저체온증이 자주 나타나는데,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해 열 발산을 증가시키고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추위에 둔감하게 하고, 이 결과로 저체온증이 생기게 된다.

닭살 돋고 입술 파래지면 ‘위험’ 신호

경증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33~35℃인 경우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떨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기모근 起毛筋) 수축 현상이 일어난다. 피부혈관이 수축하여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청색을 띠게 된다. 자꾸 잠을 자려 하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며,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지거나 외부의 자극에 무반응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중등도의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29~32℃인 경우를 말하며, 의식상태가 더욱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근육 떨림은 멈추고 뻣뻣해지며 동공이 확장되기도 한다. 심부체온이 28℃ 이하가 되면 중증의 저체온증 상태가 되어 심실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유발되어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고 정상적인 각막 반사나 통증 반사 등이 소실된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 심한 오한이 생기는데, 이것은 인체 스스로 체온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 체온이 32~33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불안과 초조, 어지럼증과 현기증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고 판단력과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특히 저체온증이 생기면 체내를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고 말초혈관 저항이 높아지며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이때 심장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이 줄어들고, 급작스러운 부정맥 상태가 되어 심할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몸이 계속 덜덜 떨리고, 맥박과 호흡이 느리고 약해지며, 졸리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여벌 옷으로 감싸고 팔다리 주물러야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 원인이므로 피부만 감싸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몸안의 열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몸의 보온 기능이 빨리 회복되도록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만일 산행 중에 저체온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바람이 불지 않는 양지바른 곳으로 가야 한다.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몸을 천천히 은근하게 녹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담요나 여벌 옷으로 체온을 보호하고 팔다리를 주물러 체온 상승을 적극 도모한다.

산행 전후와 산행 중의 적절한 스트레칭은 근육과 힘줄 온도를 상승시키고 장력을 증가시켜 운동 손상뿐 아니라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저체온증이 나타난 후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하면 피부와 근육이 심하게 떨려 오히려 땀구멍이 늘어나므로 체온 유지가 도리어 힘들어진다.

저체온증을 예방하고 대처하려면 등산이나 야외 활동을 할 때 방풍이나 보온 소재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머리나 목, 손 등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줄이기 위해 모자나 목보호대, 장갑 등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바닥에 앉을 때는 방석이나 신문지 등을 깔아 한기를 차단한다. 따뜻한 음료와 열량 높은 간식을 챙겨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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