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모양으로 신원 확인?...한국인이 만든 이 변기는?
개인이 대변 채취할 필요 없이... 변기의 기기로 대변 상태 파악
번거로운 대변 검사 없이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른 항문 모양으로 신원을 파악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변기가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개발되어 화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소속 박승민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5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시상식에서 공공 보건 분야 상을 받았다.
변기에만 앉으면... 개인의 대소변 정보 기록, 질병 진단에 도움
박승민 박사는 더럽다는 느낌 때문에 자신의 대소변을 자세히 쳐다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가 개발한 스마트 변기는 앉기만 해도 개인의 대소변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해 질병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는 이 변기로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논문을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공중 화장실에 설치한 스마트 변기 속의 기기들이 극소량의 대변을 채취하고 내장 진단 키트로 바이러스 유무를 판정하는 것이다.
항문의 생김새로 신원 식별하면... 무증상 감염자 추적 가능
이 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한 단체에서 주는 상이다.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책자를 발행하며 일종의 짝퉁 노벨상인 ‘이그 노벨상’을 시상한다. ‘이그(Ig)’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뜻의 문장 앞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괴짜’처럼 보이지만 과학적 성과는 예사롭지 않다.
항문의 생김새로 신원을 식별하고 배설물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변기도 획기적이다. 하버드대의 이 단체는 박 박사를 수상자로 결정하며 “인간 배설물을 신속히 분석하고 추적 관찰하기 위해 소변 분석용 담금봉 검사와 배변 분석을 위한 컴퓨터 영상 시스템, 항문 모양(anal-print) 센서와 연동된 신원 확인 카메라, 통신 링크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 변기를 발명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번거롭게 개인이 대변을 직접 채취할 필요 없이 변기가 대변 모양 등을 분석해 암이나 대장 관련 질병을 진단하고 소변 검사로 각종 질병 확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설물에서 심상치 않은 감염병 징후가 보일 경우 항문 모양을 분석해 이미 사라진 감염자를 추적 관찰, 신원 파악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럽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대변 상태는 건강의 바로미터
대변을 본 후 자신의 대변을 관찰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변기의 물을 급하게 내리지 말고 대변 모양과 색깔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으면 대장암 등 큰 병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만 8천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 국내 최다 암 중의 하나다.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으나 상당히 진행되면 혈변(선홍색이나 검붉은색) 또는 끈적한 점액 변을 볼 수 있다. 변 굵기가 예전보다 가늘어질 수도 있다. 배변 습관의 변화도 있다.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바뀌고 설사, 변비 또는 배변 후 변이 남은 듯한 불편감이 있다. 복통, 복부 팽만, 체중의 감소도 뒤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