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들 “의료방사선 겁나요”
안전한 CT검사 위해선 추가비용 지불 의향도
컴퓨터 단층 촬영(CT)은 암이나 뇌질환, 근골격계질환 등 다양한 질환 확인에 필요한 영상검사다. 하지만 영상검사 중 피폭량이 가장 높은 CT촬영을 하면 상당한 방사선에 노출된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의료 방사선 피폭에 대한 우려는 의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러 차례 CT검사를 받아야 하는 암 환자들은 의료 방사선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들이 의료 방사선 사용 정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게 하고, 의료 방사선의 안전 강화를 위한 규제와 지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AI 의료영상 기업 '클라리파이'가 최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유방암환우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방사선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의료방사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6월 27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의료방사선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인 51.2%가 의료방사선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보다 크게 높은 결과다.
152명의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에서 ‘CT검사 시 의료방사선에 대한 우려를 의료기관에 적극적으로 표출한 환자’는 절반 정도인 48%에 불과했다. 우려를 표출하지 않는 이유는 ‘의료기관을 신뢰하여 말하지 않는 경우’가 4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환자의 우려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은 경우’도 36%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인 96%의 응답자들은 ‘의료기관별 의료 방사선 사용 정도를 공개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일반인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74.3%의 응답자가 ‘의료방사선 검사의 방사선량을 안다면 검사를 신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선량저감 CT검사에 대한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방사선에 노출되는 정도를 크게 낮춰 CT검사를 수행하는 병원이 있다면 87%의 응답자가 해당 병원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66%의 응답자는 의료 방사선 노출을 크게 낮추는 CT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개인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부담 비용에 대한 질문에는 10만원 이상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6%나 됐다. 93%의 응답자들은 국가 차원의 규제와 지원 제도를 도입해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 방사선에 대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별 방사선량 최적 사용에 대한 세부 평가 시스템 구축 △방사선량 저감 병원에 인센티브 제공 △방사선량 저감 선도 의료기관의 정보 공개로 환자에게 선택권 제공 △방사선량 저감 기술의 보급 활용에 대한 지원 등 의료 방사선 안전성 강화를 위한 보다 실효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보험청(CMS)에서는 가치기반 성과지불제도(MIPS)의 품질 평가 항목에 CT선량 저감 기술의 적용 여부와 선량 기록의 제출 등 의료 방사선 저감 관련 항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 기록의 적합도에 따라 급여의 삭감 또는 증액을 결정한다.
특히 올해 개편된 CT방사선 품질 평가 항목에서는 ‘모든 환자의 CT검사에 대해 선량 기준 초과 여부뿐 아니라 화질 기준 충족 여부를 제출하게 해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보험 예산을 ‘매년 약 30억 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