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가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유해성, 최소 담배 수준... 그 이상도 우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의료·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추세의 영향으로 대마초가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4%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의료·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추세의 영향으로 대마초가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4%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2017년 37%에서 7%p(포인트)나 높아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사실에 반하는 생각이라며 이러한 흐름을 우려했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주가 38개 주, 레크레이션(오락)용으로 합법화한 주는 23개 주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책임자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베스 코언 의대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은 대마초와 담배 연기에 포함된 독소와 발암 물질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배운 것은 대마초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7~2021년 5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대마초와 담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사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다수는 매일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 매일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2017년에는 약 37%가 대마초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2021년에는 그 비율이 44%로 증가했다.

간접흡연에 대해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17년에는 35%가 대마초 간접흡연이 담배 연기보다 안전하다고 답한 반면 2021년에는 40%가 대마초 간접흡연이 더 안전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모든 종류의 연기 흡연이 폐에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코언 교수는 “오해 중 하나는 담배에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인데, 이는 절대적으로 사실이긴 하지만 담배가 건강에 나쁜 많은 이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담배의 유해성 중 가장 큰 부분은 연소되는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담배 연기가 만들어 내는 입자상 물질이 폐 깊숙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마초 유해성 인식 부족, 왜?

이 연구는 사람들에게 왜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그에 대한 몇 가지 답을 제시했다. 하나는 대마초 연기보다 담배 연기가 훨씬 더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으며 사람들에게 담배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기 위한 공중 보건 노력이 많았다는 점이다. 반면 대마초는 여전히 연방정부 차원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대마초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의료용 또는 기호용으로 허용되는 특정 형태의 대마초를 사용하면 건강상의 이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마초 문제는 담배보다 더 모호하게 비칠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또한 18세~29세의 젊은 층이 60세 이상의 노년층에 비해 대마초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혼일수록 대마초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반면 은퇴자들은 그런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폐협회(ALA)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앨버트 리조 박사는 "합법적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호와 선택으로 인해 합법화된 것일 뿐이란 설명이다.

그는 기도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흡입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마초 흡연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나 암의 영향을 보여주는 장기적인 연구는 없지만 담배가 암이나 COPD 발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밝혀내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언 교수는 대마초 흡연에 대한 연구를 더 쉽게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대마초와 담배 연기로 인한 손상을 보여주는 동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언급했다. 2016년 7월《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생쥐 대상의 연구에서는 대마초와 담배 모두 비슷한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1월 《심장 박동(Heart Rythm)》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대마초와 담배에 노출된 생쥐들의 심장부정맥에 대한 취약성이 똑같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도 대마초가 담배만큼 위험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면서 이를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808206)에서 해당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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