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에 물렸을 뿐인데..."우울 자살 위험도 높여"
라임병 신체적 증상 외에도 정신적 증상 유발... 자살, 살인 위험 내재
여름철 진드기에 물려서 걸리는 라임병이 정신과 질환에 이어 자살 혹은 살인까지 유발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적잖은 라임병 환자가 자살로 사망하고, 말기 라임병 환자의 15%가 살인 성향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두통이나 열에만 치중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상이 누적돼 호흡 곤란, 사지 마비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며 정신적 질환으로 끔찍한 결과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건강매체 ‘에브리데이헬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라임병에 걸릴 경우 발열, 두통, 피로, 관절통 등의 신체적 증상도 나타날 수 있지만 우울증, 불안과 같은 정신과적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정신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라임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기가 쉽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튼의 정신과 전문의 쉴라 스타트렌더 박사는 “라임병에 걸리면 정신 의학적 문제가 아닌 생리학적 문제가 되는데, 이 같은 증상이 진드기 감염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라임병 일으키는 세균이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라임병이 정신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까닭은 라임병을 일으키는 세균인 ‘보렐리아 버그도르페리’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불안, 우울증, 과민 반응 등이 감염의 직접적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스태틀렌더 박사에 따르면 라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삶의 질이 하락함으로써 간접적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라임병으로 인한 피로는 수면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은 불안, 우울, 과민 반응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청각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환청이 지속되는 경우 불안 증세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신체 증상만 고려하다 보면 라임병이라는 것을 찾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 증상이 계속되면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라임병이 지속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불규칙한 심장 박동, 어지러움, 관절통, 호흡 곤란, 사지 마비, 기억력 문제 등이 있다. 정신 의학적 측면으로는 환각과 같은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라임병으로 무기력감… 자살 위험까지 높여
라임병의 증상이 누적되면 절망감과 무기력감으로 이어져 자살 및 살인 성향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정신과 분야 학술저널 '신경정신질환과 치료(Neuropsychiatric Disease and Treatment)' 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1,200명 이상의 라임병 환자가 자살로 사망하고, 말기 라임병 환자의 15%가 살인 성향을 보인다.
이에 따르면 라임병으로 인한 정신과적 증상과 정신 질환을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구분에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조치는 있다.
△정신과적 증상이 있을 경우 최근 등산 등의 활동을 통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지, △혹은 진드기를 옮길만한 동물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판단해 라임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더욱이 의사가 라임병으로 인한 정신과적 증상인지 정신 질환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증상에 대해 자세히 기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기사 도움 _ 최혜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