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높이는 난청, 진행 늦추려면?

노화성 난청은 주요 원인이 노화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청기 착용을 통해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86세인 A씨는 장맛비가 내려도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가동 중인 에어컨 소리나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잘 안 들린다. 양측 귀의 청각 기능이 크게 상실된 것이 원인이다. 자녀들이 보청기 착용을 권하고 있지만 A씨는 버티고 있다. 하지만 A씨 같은 사람들은 갑자기 청력이 완전히 상실되어 보청기를 해도 소용이 없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난청은 정도에 따라 조그마한 소리를 못 듣는 ‘경도 난청’, 중간 크기 소리를 못 듣는 ‘중등도 난청’, 큰 소리도 잘 안 들리는 ‘고도 난청’, 아예 들리지 않는 ‘심도 난청’이 있다. 소리가 들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면 이 또한 난청이다.

국내 인구가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난청 환자의 증가폭이 가파르다. 국제기준에 따른 고령사회는 노인 인구(65세 이상)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 초고령사회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22년 7월 1일 기준 국내 65살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 8000명으로 전년보다 5.2%(44만 7000명) 늘었다. 전체 인구(5163만명)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7.5%로 불어났다. 통계청은 오는 2025년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올라가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가파르게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50년에는 약 1900만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청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도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21년 74만 2242명으로 2017년 54만 8913명에서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21)에서 난청과 인지기능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66세의 생애 전환기 인구를 대상으로 간이 청력 검사와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스크리닝(검사)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진을 실시했다. 약 180만명의 대상자 중 양측 청력 저하 대상자는 3.4%, 일측(한쪽) 청력 저하는 5.84%, 인지기능 저하 고위험군은 13%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이 난청의 조기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을 넘어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들고 줄면서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으로 이어지기 쉽고 나아가 인지장애나 치매 발병 위험까지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이과학회 박시내 차기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해 열린 포럼에서 “노화성 난청은 주요 원인이 노화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청기 착용을 통해 진행을 늦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기적인 청력검사로 난청의 진행 속도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보청기를 조절해가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지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외부 자극이 대뇌로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의 적절한 청각 자극 및 정보가 중추신경계에 전달되고 통합이 되어야 인지기능 및 판단력이 잘 유지된다. 노년기에 적절한 청각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청력 저하가 치매를 초래한다는 유력한 가설로 대두됐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현진 교수는 “노화로 인한 난청의 경우, 적절한 재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보청기 착용과 적응이 어려워진다”면서 “보청기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안경처럼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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