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기침 수개월 지속... 방치하면 폐 손상 위험
‘폐섬유증’ 환자 매년 증가, 초기 발견 어려워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환기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여름에도 마른 기침을 하게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외부의 먼지나 바이러스 등을 제대로 못 거르기 때문이다. 흔한 감기 증상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기침이 심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숨 쉬는 것이 불편하다면 더 심각한 질환일 수도 있다.
단순 감기와 헷갈릴 수 있는 대표적인 병으로 간질성 폐질환의 일종인 ‘폐섬유증’이 있다. 폐에 염증이 생겼다 없어지는 것이 반복돼 폐 조직이 딱딱해지는 것이다. 피부에 난 상처가 아물며 굳은살과 흉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폐섬유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섬유증 환자는 2018년 1만4000여명에서 2022년 2만여명으로 43%가량 많아졌다. 대부분의 환자는 명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되는데, 평균 생존 기간이 진단 후 3~4년 정도로 짧아 빠르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폐섬유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마른 기침과 가래, 호흡 곤란이 있다. 많은 환자가 일반적인 감기라고 생각해 간과하기 때문에 초기 발견이 어려운 편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저산소혈증이 생기면 ‘곤봉지(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해지는 것)’가 나타나기도 하고,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이 붓는 경우도 있다.
폐섬유증은 흉부 X-ray나 CT 검사로 진단하며, 흉강경 조직 검사나 폐 기능 검사로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다만 폐섬유증으로 지속적인 폐 손상이 생겨도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까지는 발견이 어렵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미 호흡이 곤란한 상태가 되면 발견하더라도 통상 환자의 절반 정도가 3년 이내 사망에 이른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폐 이식 수술로 나눠지는데, 약물 치료로는 폐가 굳는 것을 완전히 멈추거나 이미 섬유화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섬유화 약물을 사용해 섬유화 및 폐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전부다.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폐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폐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라 장기 이식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에 속한다. 뇌사자의 폐를 얻어도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위험이 크고, 뇌사 발생 이후 기능 저하도 다른 장기에 비해 빨라 실제 폐 이식에 사용 가능한 것은 전체 뇌사자의 30% 정도다. 설령 이렇게 어려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예후가 비교적 좋지 못하다.
이에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은 “폐는 한 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50대 이상 장년층은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하며, 호흡하는데 예전과 다르게 어렵거나 이상이 느껴지면 가능한 빨리 진단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