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유병률 10배 증가한 ‘이 병’은?
검진 중에 발견되는 경우 많아
콩팥 위에는 납작한 삼각형 모양의 기관인 ‘부신’이 있다. 부신은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문제가 생긴다.
부신종양은 ‘부신우연종’이라고도 불린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다른 이유로 복부 영상 검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영상 검사가 발달하며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면서 유병률이 약 10배 증가했다. 복부 영상 검사를 받는 환자의 약 5~7%에서 부신종양이 발견된다. 이렇게 발견되는 부신종양의 75%는 호르몬 분비가 정상이고 별도의 증상이 없는 비기능성 종양이며, 약 17%는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는 기능성 종양, 8%는 악성 종양이다. 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을 발견했다면 반드시 소변이나 혈액검사로 호르몬 분비 상태를 확인하고 정밀 검사를 통해 악성 여부나 기능성 종양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부신에서 발견되는 악성 종양의 경우 대부분이 전이성 부신암이다.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부신으로 전이된 것을 말한다. 전체 부신종양의 약 0.3%에서 매우 드물게 원발성 부신암(부신에서 일차적으로 발생한 암)이 발견되는데, 예후가 좋지 않아 정기적 검진이 필요하다.
◆과잉 분비되는 호르몬 종류에 따라 증상 달라져
기능성 부신종양으로 과잉 분비되는 호르몬 종류에 따라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면 쿠싱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지속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며 복부 비만이 생기고, 배에 보라색 큰살이 생기거나 얼굴·목이 붓는 월상안 증상이 뒤따른다. 이외에도 고혈압, 고혈당, 골절, 심혈관 질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교감 신경 물질이 과다 분비되면 갈색세포종이 나타난다. 이때 증상은 두근거림, 빈맥(심장 박동이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것), 기립성 어지럼증, 고혈압, 두통 등이다.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하는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면 ‘고알도스테론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혈압이 올라가 조절되지 않는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심하면 저칼륨혈증에 따른 근육 마비가 생기기도 한다.
◆원인과 치료법은?
부신종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갈색세포종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70%는 유전자 변이가 함께 발견된다. 따라서 갈색세포종이 진단을 받으면 환자를 포함한 직계 가족이 함께 유전자 검사를 받고 변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부신종양이 비기능성 종양이라면 특별히 치료하기보다 매년 영상 검사와 호르몬 검사로 변화를 추적한다. 기능성 종양이라면 우선 종양 제거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쿠싱증후군 환자는 수술 후 몇 달 동안 호르몬을 보충하기도 한다. 갈색세포종도 악성으로 진단되면 수술 후 평생 추적해 전이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고알도스테론혈증 환자는 보통 약물 치료로 알도스테론 작용을 억제한 뒤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윤영 교수는 “갈색세포종은 드물지만 급사 가능성이 있다”며 “갑자기 고혈압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증가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호르몬 검사나 영상 검사를 통해 호르몬 분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