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픈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김용의 헬스앤]

건강했던 사람도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아프다가 세상을 떠난다. 환자의 아픔과 슬픔을 달래는 진심 어린 위로는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픈 사람을 문병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특히 그가 말기 암 환자라면...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암을 꼭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할까? 환자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투병 의지를 북돋워 주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환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인(78세) 수녀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가 아프고 나니 (환자들에게) 전에 했던 위로가 혹시나 건성은 아니었는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진심을 담아 위로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15년 전 대장암 투병 과정에서 힘든 항암 치료를 수십 차례나 받았다. 양쪽 다리에는 인공 관절을 넣었고, 류머티즘으로 손가락 몇 개에 변형이 나타났다.

그의 투병 이야기는 지난해 출간한 ‘꽃잎 한 장처럼’에도 나와 있다. 이 시집에는 시와 글 70여 편을 비롯해 일상을 담은 작은 메모 100여 편이 수록됐다. 이해인 수녀는 이 책으로 지난달 중순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투병 과정을 담은 글을 통해 “힘든 사람들, 특히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혈액암에서 회복 중인 안성기(71) 배우는 “어려움을 직접 겪어 보니 아픈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암과 싸우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일상이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고 무엇인가에 간절해지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기도와 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던 이해인 수녀도 더 진정성 있는 위로를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화계에서 반듯한 사람으로 유명한 안성기 배우는 환자가 되고 보니 아픈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위기를 넘기고 보니 주변 환자들이 친구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내 주변에서도 아픈 분들이 참 많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수 년 동안 암 투병 중일 때 변변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못했다. 무뚝뚝한 성격 그대로 누워 계신 아버지를 찾아 뵙고 말 없이 앉아 있기만 했다. 특히 아버지의 간병을 전담하며 고생하신 어머니께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은 불효자였다. '위로'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환자의 아픔이나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이다. 나는 키워주신 부모의 아픔조차 진정으로 위로하지 못한 것이다.

아픈 사람을 제대로 위로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위로에 대한 글을 쓰니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나 안성기 배우의 따뜻한 메시지가 더 가슴에 와 닿은 것 같다. 나를 돌아보고 반성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아직 몸이 건강한 편이라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처지는 아니다.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주위의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지난해 12월 발표 질병관리청의 암 발생 통계(2020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였다. 나와는 상관 없을 것 같던 암이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암 유병자는 228만 명에 이른다. 암은 흡연, 음식, 감염, 유전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암도 있다. 평생 생활 습관에 조심한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

치매, 뇌졸중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도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아픈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을 누리다 자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라지만 그럴 확률은 적다. 건강했던 사람도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아프다가 세상을 떠난다. 그 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병상에 누워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환자를 돌보느라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외출도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해인 수녀와 안성기 배우의 메시지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나는 진심을 다해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있을까?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수 있을까?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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