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위·유방암 위험 높이고 살찌는 나쁜 식습관은?
[김용의 헬스앤]
국가암등록통계(작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만 24만 7952명의 신규 암 환자가 발생했다. 성별-암 종류를 보면 여성은 유방암(2만 4806명), 대장암(1만 1392명), 위암(8793명) 등의 순(갑상선암 제외)으로 환자들이 많다. 남성은 폐암(1만 9657명), 위암(1만 7869명), 전립선암(1만 6815명), 대장암(1만 6485명) 순이다. 이런 암들은 매년 신규 환자가 1만~2만 명 나오는 주요 암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음식, 10~25%는 만성 감염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밖에 직업, 유전, 음주,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도 각각 1~5%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발병 원인을 모른 채 힘든 투병 생활을 하는 암 환자도 많다. 암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 만은 아니다. 암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관련되어 있다.
각종 건강 정보에서 쏟아내는 암 예방 법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뿐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흡연, 음주, 감염, 잘못된 식습관 등을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암 예방 법이다. 주요 암 원인을 보면 역시 음식, 흡연, 음주, 운동 부족 관련이 적지 않다.
유방암의 경우 아직 발생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험 인자는 많이 알려져 있다. 위험 인자란 반드시 암을 일으키진 않아도 암 발생 확률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요인들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5~10% 정도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어머니나 자매 어느 한쪽에 유방암이 있는 경우 유방암 위험이 2~3배 높다.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 환자라면 그 위험성이 최대 12배로 늘어난다.
술(알코올)은 매우 중요한 유방암 위험 요인이다. 알코올 섭취가 10g 증가할 때마다 9~11% 정도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폐경을 한 여성이 매일 한 잔 술을 마실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3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코올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등)의 혈중 농도를 높이고 엽산의 흡수를 방해한다. 엽산은 아미노산과 핵산의 합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세포 분열과 성장, 헤모글로빈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장암과 위암은 음식과 관련이 높은 암들로 발병 원인이 많이 알려져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대장 내시경 전문의가 드물었다. 대장암은 몇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물성 지방-포화 지방이 많은 음식, 돼지고기-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소시지나 햄, 베이컨 따위 육가공품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장 건강에 좋은 식이섬유(섬유소)가 많은 채소-과일 섭취에 소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나물 반찬을 많이 먹었던 우리 할머니 세대들은 대장암이 적었다.
탄 음식, 가공육은 대장암과 위암을 모두 일으킬 수 있다. 탄 부위에서 생성되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과 벤조피렌 등 발암 물질은 정상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도해 암을 일으킨다. 탄 음식 섭취를 자제하고 육류나 동물성 식품 조리 시 구이보다는 삶거나 끓여서 먹는 것이 좋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벽이 손상되고 질산염 화합물이 만들어져 발암 물질에 노출, 위암 위험이 최대 7배 높아진다.
채소-과일은 식이섬유와 항산화제가 많아 발암 물질의 작용을 억제, 세포 및 DNA의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보충제를 통해 섭취할 수도 있지만 신선한 채소-과일을 먹는 것이 암 예방 효과가 더욱 크다. 식물생리활성물질(phytochemical) 중 설포라펜 성분이 풍부한 배추,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무 등이 대장암 위험도를 줄여준다. 알릴 화합물이 많은 마늘, 양파, 부추, 파 등 은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콩, 두부, 된장, 청국장, 콩나물 등에 많은 이소플라본 성분은 유방암 예방 효과와 함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골다공증 예방에 기여한다. 아마씨, 해조류, 건조 콩류에 풍부한 리그난 성분도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 페놀 화합물(폴리페놀)은 딸기, 적포도, 키위, 토마토, 현미 등에 많은데 역시 발암 물질의 활성을 억제한다.
지난해 12월 발표 질병관리청의 암 발생 통계(202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였다. 주위의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막상 암에 걸리면 엄청난 통증과 위장-유방 절제 등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늦게 발견해 건강보험이 안 되는 신약을 사용하면 돈도 많이 든다. WHO의 언급대로 암의 ⅓은 예방할 수 있다. 금연, 음주 절제, 음식 조심, 운동 등을 통해 내 몸을 살피면 고통스런 암 투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