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있는 '중노년 여성'... 파킨슨병도 더 위험?
'혈청 양성형' 환자는 최대 2배 위험
중노년 여성에게 흔히 발병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이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의 발병 위험률을 74%나 더 높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국제진료센터 류마티스내과 김형진 교수와 고신대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훈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40세 이상 32만 8080명을 평균 4.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다.
2010~2017년 사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이들 중 5만 4680명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었고, 관절염이 없는 사람들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평균 74% 높았다.
신동욱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파킨슨병의 위험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뜻”이라며 “운동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적시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중 '혈청 양성형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3만 9010명은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인 95%나 뛰어올랐다. '혈청 음성형 환자'와 대비해서도 파킨슨병 위험도가 61%나 더 높았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대부분인 약 80%가 혈청 양성형이란 점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대부분이 파킨슨병 발병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이다. 체내 면역체계의 오류로 자신의 몸을 공격하여 관절 내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어지며 점차 관절까지 파괴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면역 항체가 발생하는 환자가 '혈청(항체) 양성형'이다.
이에 대해 강지훈 교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류마티스 관절염이 파킨슨병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혈청 양성형과 음성형 류마티스 관절염의 파킨슨병의 위험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연구 여건상 혈청 양성 환자와 음성 환자를 명확히 구분해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탓에 이 부분을 주목한 연구가 없었다. 국가건강검진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항체 검사를 한다. 따라서 해당 데이터를 이용한 이번 연구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 중에서도 항체 보유 여부에 따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던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치료 때 쓰는 기존 항류마티스제제(tsDMARD)와 생물학적 류마티스제제(bDMARD)를 사용한 환자들의 차이 역시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 항류마티스제제를 쓴 환자들은 여전히 대조군 보다 파킨슨병 위험 71% 높게 나타난 반면, 생물학적 제제를 쓴 환자들은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김형진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파킨슨병의 위험도가 증가한 것은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보일 수 있는 신경 염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군은 파킨슨병 위험이 높지 않게 나타난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