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기 운전자, 전기차 충전해도 될까?

이식된 제세동기나 심박조율기의 전자파 간섭 발생 발견 안돼

심장에 전자장비를 이식한 환자에게 고출력 충전기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심장에 제세동기나 심장박동 조율기를 이식한 사람들이 전기자를 충전할 때 전자파 간섭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유럽심장학회(ESC) 학술지 《EP 유로페이스(EP Europace)》에 발표된 독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독일심장센터 뮌헨의 카르스텐 레너츠 박사는 “전기차용 고출력 충전소는 강한 전자기장을 생성하여 심장박동기와 제세동기에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파 간섭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실험을 설계했으나 고출력 충전기를 사용하는 동안 임상적으로 전자파 간섭이나 기기 오작동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장에 전자장비를 이식한 환자가 고출력 충전기 사용에 제약이 없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진은 심박 조율기 또는 제세동기를 이식한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9세였고 약 21%가 여성이었다.

연구에는 고출력 충전이 가능한 4대의 전기차가 사용됐다. 이들 차량은 최대 충전량이 350kW를 넘지 않았다. 미래의 전기 자동차 충전기의 출력은 이를 능가할 수 있기에 연구진은 350kW까지 끌어올 수 있는 테스트 차량도 시험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전자파 간섭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충전 케이블을 심장장치 위를 지나가도록 한 상태에서 충전할 것을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박동조절에 실패하거나 비상적으로 빠른 심박을 부정확하게 감지하는 등의 기기오작동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봤다. 또한 연구진은 충전이 이뤄진 뒤 심장 장치의 프로그래밍 변경이나 손상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561회의 충전이 수행되는 동안 전자기 간섭으로 인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100만~140만 대의 심박조율기가 이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박조율기를 이식한 사람의 평균 기대 수명은 8.5년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1200만 명이 심박조율기를 장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년 15만~20만 명이 제세동기를 심장에 이식한다.

구형 및 가정용 충전기는 교류(AC)를 사용했다. 최근 더 높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직류(DC)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충전 전류가 높을수록 자기장이 강해지고 전자기 간섭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심장장치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고출력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권장 사항은 없다. 이 때문에 전기자동차용 고출력 충전기로 인해 심장 박동기가 속도를 잃거나 제세동기가 실수로 고통스런 충격 요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했다.

레너츠 박사는 “심장 장치를 사용하는 환자는 고출력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심박 조율기와 제세동기의 오작동 위험은 매우 낮기 때문에 차안에 앉아있거나 충전 케이블이나 충전기 옆에 서 있어도 안전하다”며 “다만 충전 케이블을 심장 장치 바로 위에 놓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기를 권한다”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cademic.oup.com/europace/advance-article/doi/10.1093/europace/euad042/7081492?searchresult=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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