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당뇨병의 비밀 푼다
생체실험 없이 당뇨병 연구하는 칩 개발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생체실험 없이 제2형 당뇨병을 연구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 당뇨병과 합병증에 대한 연구에 힘이 실리게 됐다. 실제 이 칩을 활용해 내장지방과 제2형 당뇨병의 관련성을 확인했다.
은평성모병원·포항공대 공동연구팀이 제2형 당뇨병 연구용 칩을 개발했다.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은 췌장, 간, 지방조직, 혈관을 3D 바이오 프린팅으로 본 따서 1개의 칩 위에 배열해 실제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특성의 구현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인슐린 분비 과정의 구현을 위한 췌장의 베타 세포 △지방세포와 대식세포로 구현한 지방 조직 △간세포 등을 정교하게 프린팅해 고분자 화합물 프레임에 배열했다.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장기의 세포층 위에 혈관 세포도 추가했다.
이번에 개발된 칩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혈당 농도를 조절해 세포 배양 환경을 바꾸면 여러 조건에서 각 장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치료약을 주입해 약의 효과도 검증할 수 있으며, 망막을 본뜬 모형을 연결해 합병증(당뇨병성 망막변증)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칩을 활용해 내장지방과 제2형 당뇨병의 관련성을 확인했다. 세계 최초로 안구 분비물을 분석해 내장 지방이 망막변증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제2형 당뇨병은 혈액 안 포도당의 양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주로 비만,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약 40%의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는 당뇨병성 망막변증은 망막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증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흔한 실명 원인이다.
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는 “조직별로 미세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워 병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기술을 통해 당뇨병 합병증과 치료약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고급 기능 소재(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와 «국제 분자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