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하려면 '염증 치료'부터 해야 하는 이유
체내 염증 수치 높고 전통적인 약물 치료 통하지 않을 때 시도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시대다. 2021년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는 93만3481명이다. 매년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울증을 개선하려면 신체활동을 늘리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체내 염증이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염증 치료가 우울증 표준 치료는 아니지만, 전통적인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우울증약은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타깃으로 한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막아 우울한 감정을 완화한다. 높은 염증 수치가 우울증의 원인이라면 이러한 치료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혈액 내 염증 물질이 증가하면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요 신경 회로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우울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우울증 환자의 약 30%는 체내 염증 수치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은 항우울제와 같은 표준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은 우울증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염증은 병원균, 독소, 부상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면역체계에서 생성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은 세포와 장기를 손상시키고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울증이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상당수가 실질적으로 우울증을 겪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사후 뇌 샘플을 검사한 연구에서 염증 물질을 방출하는 뇌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치료 받는 암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암에서 발현돼 염증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염증과 우울증은 연관이 있다. 의학 기술이 없던 과거에는 감염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염증은 뇌에 기분을 가라앉히며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 즉 면역체계와 뇌의 소통 수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분이 침체되면 활동량이 줄고 이 기간 동안 몸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은 부상이나 감염보다 신체활동 부족, 나쁜 음식 섭취 등으로 만성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 우울한 감정이 불필요하게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염증 치료는 실질적으로 우울증을 개선할까? 환자 1만 명의 데이터가 담긴 임상시험 36개를 메타분석한 연구에서 항염증제 단독 사용 혹은 항우울제와 병행 사용 시 우울증이 개선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우울증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는 해당 환자들의 염증 수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우울증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염증 수치가 높은 환자는 앞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염증 발생 원인이 되는 정크푸드 등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잠이 부족해도 전신 염증 수치와 우울증 위험이 증가하니 적정 수면을 취하는 것 역시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