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예찬론을 펼 수밖에 없는 이유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한국 음식에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는 식재료로 마늘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한국인의 마늘 소비량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은 세계 평균 0.8㎏의 9배 가까운 7㎏이다.
마늘을 많이 먹는 한국인은 알게 모르게 많은 건강상 이점을 누리고 있다. 마늘이 면역력 증강을 비롯해 여러 가지 건강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약이고, 약이 음식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히포크라테스는 다양한 의학적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마늘을 처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도 몇 가지 부작용이 있다. 우선 입 냄새를 들 수 있다. 마늘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혈액응고장애가 있거나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마늘 섭취를 늘리기 전에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한다.
입 냄새를 좀 풍긴다고 해서 마늘 먹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건강상 이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마늘의 건강 효과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강력한 약효를 가진 화합물을 갖고 있다
마늘은 대파와 양파와 같은 파속 식물로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지금은 주로 향신료로 쓰이고 있지만 고대 역사에서 마늘의 주요 용도는 건강과 약효였다. 이집트와 바빌론, 그리스, 로마 그리고 중국 등 주요 문명들에서 마늘을 사용했다는 것이 문서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마늘의 건강상 이점의 대부분이 마늘을 잘게 썰거나 으깨거나, 씹을 때 형성되는 유황 화합물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화합물은 알리신일 것이다. 알리신은 신선한 마늘이 썰리거나 으깨진 후 잠시 동안만 존재하는 불안정한 화합물이다.
마늘의 건강상 이점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화합물로는 디알릴 디설파이드와 에스-알릴 크리스테인이 있다. 마늘의 유황 성분은 소화관에서 흡수돼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뒤 강력한 생물학적 효과를 발휘하면서 신체 전체를 돌아다니게 된다.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마늘은 열량은 낮은 대신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생마늘 3g은 열량이 4.5칼로리에 불과하지만 단백질은 0.2g, 탄수화물 1g과 함께 1일 기준치를 기준으로 마그네슘이 2%, 비타민B6 2%, 비타민C 1%, 셀레늄 1%가 들어있고 섬유질은 0.06g이나 된다. 이외에 미량의 다른 영양소들도 함유하고 있다.
◇감기를 비롯해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
마늘 보충제는 면역 체계의 기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주간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매일 마늘 보충제를 섭취하면 위약(가짜약)과 비교해 감기에 걸리는 횟수를 63%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도 마늘 그룹에서는 1.5일, 위약 그룹은 5일로 마늘 그룹이 70% 감소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마늘 추출물을 고용량(매일 2.56g)으로 섭취하면 감기나 독감에 걸려 앓는 횟수를 61%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식단에 마늘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혈압을 낮춘다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혈압이 높은 상태, 즉 고혈압은 이런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마늘 보충제는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서 혈압을 낮추는데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에서도 600~1500㎎의 숙성된 마늘 추출물이 24주 동안 혈압을 낮추는 데 고혈압 치료제인 아테놀롤만큼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늘 보충제는 투여량이 상당히 높아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요한 양은 하루에 마늘 4쪽 분량에 해당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해 심장병의 위험을 낮춘다
마늘은 총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 지질단백질(LDL)을 낮출 수 있다. 고 콜레스테롤인 사람들이 마늘 보충제를 꾸준히 섭취하면 총 콜레스테롤과 LDL을 약 10~15%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마늘은 좋은 콜레스테롤(HDL)에는 작용하지 않고 나쁜 콜레스테롤(LDL)만 낮춘다. 중성 지방은 심장병의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마늘은 중성 지방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산화 성분이 있다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 적 손상은 노화 과정에 작용을 한다. 마늘은 산화 적 손상에 대항하는 신체의 보호 메커니즘을 지원하는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다.
높은 용량의 마늘 보충제는 인체의 산화 방지 효소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고혈압인 사람의 산화 스트레스를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산화 특성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감소시키는 복합적인 효과는 알츠하이병과 치매와 같은 일반적인 뇌 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장수에 도움이 된다
마늘이 장수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서 증명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혈압과 같은 중요한 위험 요소에 대한 유익한 효과를 고려할 때 마늘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마늘이 감염병을 퇴치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요소다. 왜냐면 감염병은 특히 노인들이나 면역 체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흔한 죽음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운동 경기력을 향상시킨다
마늘은 고대 초기부터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물질 중 하나였다. 마늘은 전통적으로 고대 문화에서 피로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작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한 소규모 연구에서 마늘기름을 6주 동안 먹은 심장병 환자들은 최고 심장박동 수(심박수)가 12% 감소하고 운동 능력이 향상됐다. 다른 연구에서는 운동으로 인한 피로를 마늘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 안의 중금속 해독을 돕는다
고용량의 마늘 속 황 화합물은 중금속 독성으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자동차 배터리 공장(납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4주간 실시된 연구에서 마늘이 혈중 납 농도를 1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통과 혈압을 포함한 독성의 많은 임상적인 징후들을 줄였다. 심지어 매일 마늘을 세 번 섭취했을 때 증상을 줄이는데 있어서 디-페니실라민 약품을 능가했다.
◇뼈 건강을 향상시킨다
인간을 대상으로 마늘이 뼈 손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적은 없다. 하지만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마늘이 암컷 쥐의 에스트로겐을 증가시킴으로써 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는 매일 건 마늘 추출물(생마늘 2g과 동일)을 복용하는 것이 에스트로겐 결핍의 지표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마늘 보충제가 여성의 뼈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늘과 양파와 같은 음식들은 또한 골관절염에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