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의사, 초음파로 거짓 진단"...시행 영상 공개

"초음파 영상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해석 난이도 높아"

한의사 초음파 진단 장면. 대한의사협회는 22일 한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내막이 얇아요. 제대로 생리나 배란을 안 하니까, 호르몬이 안 도니까 내막 형성이 잘 안돼요. 아까 다낭성난소 얘기했죠? 여기 봐요. 여기가 난소인데요, 포도송이처럼 많죠? 동글동글. 이게 다낭성난소예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22일 공개한 한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는 영상 속 대화 내용이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아무 증상이 없는 20대 후반 여성이었는데 다낭성난소질환이라고 진단했고 고가의 한약 복용을 권했다"며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다난성난소질환이 아닌 성숙 과정의 난포가 확인됐던 사례"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원 세 곳의 영상을 공개하며, 한의원에서의 초음파 진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다. 이 부회장은 "실제 한의원에서 어떻게 초음파 진단을 하고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일방적으로 한의사가 주장하는 한방적 진단 행위인 '절진(한방에서의 진단)'으로 판단했지만 보여드린 영상 어디에 한방적인 표현이나 진단 방법이 있나"라며 "심지어 환자에게 오진을 하고 거짓 진단까지 하는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초음파 검사는 탐촉자(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인체에 접촉해 영상을 만든 뒤 검사한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정민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은 "청진기는 누구나 가슴에 대면 심장과 호흡음을 들을 수 있으나, 해석에는 많은 의학 지식과 다년간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탐촉자를 환자의 몸에서 움직여야 하고 적절한 압박, 환자의 호흡조절, 인공물 제거, 음파창 유지를 해야 한다. 다른 의료영상과 같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은 쉬우나 해석 측면에서는 최고 난이도 검사"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적 침술은 현대의학에서 논문과 연구를 통해 일부 원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주장했다.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의사는 침술을 쓸 수 있다는 것. 이번 판결은 의료법상 '의료이원화' 원칙과 정면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한의사뿐만 아니라 의사도 초음파 기기 사용 시 오진을 낸다는 대법원의 지적에 대해 '운전 사고'에 비유했다. 박형욱 변호사(단국대 의대 교수)는 "2020년 자료로 계산해보면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은 1만 명당 62건의 교통사고를 내고, 무면허자는 4건의 교통사고를 낸다"며 "이런 통계치로 무면허자가 훨씬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주장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의사도 오진을 한다"며 "현대의학을 배운 의사의 오진과 전통 의학을 배운 한의사의 오진은 같을 수 없다. 의료법령이 의사의 오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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