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새 비밀, 근육에 숨어있었다!
근육 속 지방분자 '세라마이드'↓... 노화 지연
나이가 들면 우리 몸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노화의 특징이 있다. 분자와 세포 수준의 변화가 신체의 기능을 떨어트리고 노화 관련 질병의 위험도를 높인다. 그간 밝혀진 사실은 게놈 불안정성, 텔로미어(염색체 끝에 있는 입자. 세포 분열을 할수록 짧아진다) 단축, 후생유전학적 변화, 미토콘드리아(산소를 이용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소기관) 기능 장애 등이다.
최근 연구에서 노화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스핑고지질의 축적이 발견됐다. 핀란드 헬싱키대와 스위스 로잔공과대의 공동 연구팀은 스핑고지질로 알려진 지방 분자의 한 종류인 세라마이드가 노화된 근육에 쌓여 그 기능을 떨어트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방 분자 '세라마이드'?
세라마이드는 피부 보호에 필수적이어서 스킨케어 제품에 흔히 사용된다. 노화에 미치는 세라마이드의 영향은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 조직의 양은 줄고 기능적 능력이 떨어진다. 이번 연구는 나이 들면서 인간의 근육 조직에서 세라마이드와 다른 스핑고지질 분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스핑고지질은 세포의 내부 전달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는 변화를 가져온다.
헬싱키대 피르카페카 로릴라 박사는 “스핑고지질과 노화 및 관련 질병 간의 연관성은 광범위하고 흥미로운 주제인데 이것이 인슐린 신호 전달 뿐만 아니라 세포 분열과 분화를 포함한 세포의 다양한 작업을 매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라마이드↓... 근육 줄기세포와 힘↑
먼저 연구팀은 세포에서 세라마이드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사코페니아(노화와 관련된 근육 손실)를 막을 수 있는지 조사했다. 세라마이드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인 미리오신을 노화된 쥐에 투여했다. 미리오신은 쥐의 근감소증을 늦추고 근력을 유지하고 균형과 달리기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같은 효과는 근육 줄기세포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근육의 줄기세포 수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로잔공과대 조안 오벡스 교수는 “우리는 세라마이드 생성이 억제되었을 때, 근육 줄기세포의 수와 그 기능적 능력이 더 잘 보존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미리오신을 투여받은 쥐의 경우 줄기세포가 성숙한 근육섬유로 분화되어 근력과 속도를 유지하는 백색근섬유가 증가했다는 것.
◆세라마이드, 인간 노화에도 중요한 역할
연구팀은 세라마이드 합성을 억제하는 것이 인간의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는지 조사했다. 헬싱키 출생 코호트 연구에서 70~80세 주민에게 수집한 수천 개의 샘플을 활용한 결과 연구 대상자 중 25%가 미리오신과 같은 효과를 내는 유전자 변이체를 갖고 있어 근육에서 세라마이드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헬싱키대 자리 라티 교수는 “근육 조직에서 세라마이드 합성을 감소시키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가진 노인들의 경우, 악력이 강하고 장거리를 걷거나 의자에서 일어서는 능력도 향상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나이에 비해 훨씬 건강했다”면서 “이는 스핑고지질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인간에게 실험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라마이드와 다른 스핑고지질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어준 동시에 스핑고지질을 활용한 잠재적인 노화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는 유명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에 실렸다. 원제는 ‘Sphingolipids accumulate in aged muscle, and their reduction counteracts sarcope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