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된 ‘개미’가 소변으로 암 진단(연구)
암세포가 내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인식 가능
개미에게 훈련을 시켜 소변에서 암을 발견하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는 개미 70마리를 훈련시켜 사람의 암 종양을 이식한 생쥐의 소변 냄새를 맡아 암을 식별하게 했다고 밝혔다. 실험에 쓴 개미는 북반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개미(Formica fusca)로 환경 관련 냄새에 대한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연구팀은 이들 개미가 건강한 생쥐의 소변과 암에 걸린 생쥐의 소변을 가려낼 수 있게 훈련시켰다. 개미는 암세포가 내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냄새를 맡아 암을 알아낼 수 있다. 흑개미는 세 차례의 훈련으로 VOC를 인식했다.
개미는 후각 수용체가 많은 더듬이로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다. 많은 생물종은 먹이 찾기, 포식자 감지, 짝 찾기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환경에서 냄새를 맡아 식별한다. 개도 세포 검체나 체취를 맡아 암과 변한 세포 대사 관련 VOC를 감지해 암을 가려내게 훈련시킬 수 있다. 개미는 단 한 차례 훈련을 받아도 그 내용을 며칠 동안 기억할 수 있다. 특히 최대 아홉 번까지 별다른 보상(과일즙, 꿀물 등 달콤한 먹이)을 주지 않아도 정확히 응답한다.
연구팀은 개미들을 작은 원형경기장에 배치하고 달콤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세 차례 훈련을 시켰다. 개미들은 보상과 관련된 냄새를 제대로 인식하는 법을 배웠고, 소변 냄새를 맡은 뒤 암에 걸린 생쥐와 암에 걸리지 않은 생쥐를 감쪽같이 가려냈다. 개미는 학습된 냄새(암 종양의 VOC 냄새) 근처에서 약 20%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개미가 더 오래 머문 소변의 생쥐가 암에 걸린 생쥐다. 암 종양이 클수록 생쥐의 소변 냄새는 더 많이 변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 밥티스트 피케레(Baptiste Piqueret) 박사는 “개미가 지난해에는 인간 세포주를 이용해, 이번엔 암 환자의 소변 냄새를 맡아 사람의 종양을 감지할 수 있음을 각각 발견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개미를 생체탐지기로 활용하면 빠르고, 쉽고, 값싸고, 효과적으로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현재의 암 조기 발견법은 대부분 침습적이거나(바늘로 찌르거나 수술칼로 피부를 째는 등 수술에 준하는 처치를 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다수가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 회보 B: 생물학(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실렸고 영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