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다리가 터질 것 같아" 척추에 생긴 '이 병' 때문
척추관협착증 환자 93%는 50대 이상, 척추 퇴행성 변화와 연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서 쉬어야 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일 수 있다.
척추 중앙에 있는 척추관, 신경근, 추간공(척수뼈 사이 구멍)이 좁아지면 허리 통증이 발생하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 증세가 나타난다.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한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7~2021년 건강보험 진료데이터에 의하면 환자의 93.4%가 50대 이상이다.
2021년 기준 척추관협착증 진료인원은 179만9328명이다. 2017년 대비 9.2%(15만2181명)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1.4%(56만5096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0.8%(55만4551명), 80세 이상이 17.5%(31만4544명), 50대가 13.7%(24만7322명) 순이었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은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데, 척추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에 척추에 부하가 걸리면서 퇴행성 변화가 온다. 척추에 있는 관절과 인대가 비대해지고 불필요한 뼈가 자라면서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고 혈류장애가 발생한다. 평소 앉는 자세 등 생활습관이 잘못됐다면, 퇴행성 변화는 더욱 빠르게 찾아온다.
성별로는 2021년 기준 남성이 68만6824명, 여성이 111만2504명으로, 여성 환자가 1.6배 많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신재원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골밀도 유지와 근육 강화에 도움을 준다"며 "폐경 이후 발생하는 에스트로겐 감소는 뼈와 근육 감소를 초래하고 척추 관절을 지탱하는 힘을 떨어뜨려 척추질환 발생을 가속화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거나, 걷다가 반드시 쉬어야 한다거나,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의자에 앉았을 때 다리 증상이 좋아진다면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된다. 허리, 엉덩이 통증이 동반되거나 다리 감각 또는 힘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상시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일하는 자세를 피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몸 가까이 물건을 붙인 뒤 들어 올려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척추 부담을 줄여준다.
이미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했다면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신 교수는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척추 신경에 혈액 공급이 줄거나 완전히 막힌다"며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신경이 점점 손상돼 나중에는 치료를 해도 회복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방치 기간이 길어지면 다리가 마비되거나 걷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는 대소변 장애, 성기능 장애 등으로 이어지니 진단과 치료 시기는 앞당길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