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의·정 갈등 재점화?

팬데믹이 몰고 온 이슈 & 안정세 후 논의될 이슈 중첩

지난 2020년 9월 4일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장관(오른쪽)과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협의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합의문 서명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의료계는 굵직한 과제와 대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와 정면 대립이 예상되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대 정원 확대' 등이 넘어서야 할 큰 산이다.

코로나19가 끌어온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올해는 제도권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논의하기로 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정부의 올해 핵심 과제다.

두 이슈 모두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입장차가 있는 만큼, 의·정 갈등을 촉발하는 불씨가 되지 않도록 조속하기보다는 신중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보조수단'이란 점 동의...세부 설계 방향엔 입장 차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정부는 올해 6월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첫 걸음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시국 3500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며 '예비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박수영·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료계, 산업계 등이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전달했다. 산업계는 1차 의료기관 중심의 초진 및 경증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았고, 의료계는 의원급은 만성질환자, 대학병원은 수술환자 재택의료 등에 비대면 진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정계는 도서산간 등 의료취약지역 및 감염취약계층, 만성질환자 중심의 진료를 검토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해왔던 의사단체도 최근에는 글로벌 흐름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적인 방향에 있어서는 의사단체와 병원 사이에도 입장차가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의협에서 비대면 진료 공공플랫폼을 만들자고 하는데 반대한다"며 "의료정보 유출 시 책임 문제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면 진료가 병원 진료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수단인 비대면 진료도 허용 범위를 설정해야 하며, 어느 기관까지 사용을 허락할 것인지, 플랫폼 인증 및 관리는 누가 할 것인지, 의약품 배송 문제 등 약사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논의 사항이 많아 이를 조율하는데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전체 의사 수 늘려야 VS 필수의료 인력 늘려야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조만간 의료계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 의대 신입생 정원은 3058명이다. 2006년부터 유지되고 있는 정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 2022년부터 400명을 증원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의사 파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정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020년 9월 4일 의·정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되면 다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 7차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의사 수요가 필요하다는 점, 최근 필수의료 인력 문제가 불거져 나온 점을 내세워 의료계와의 협상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이 논의를 진행하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12일 "코로나19 안정화 선언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전국 의사들의 힘을 모아 어렵게 이뤄낸 9.4 합의를 정부가 존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인기과는 전공의 정원을 넘어선 지원과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과 기피 현상은 저수가, 격무, 처벌 부담 등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입장이다. 전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지만 필수의료 의사 수는 부족하다는 것. 올해 의·정 간 합의에서 이러한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고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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