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5일 만에 백혈병 진단... 건강보험 '희소병 약물' 적용이 살렸다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1살 환아 대상 '안전한 CAR-T 치료' 성공
생후 2개월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던 한 살배기 환아가 국민건강보험의 희소병 약물 급여 적용 혜택으로 완치된 사례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산하의 암병원 CAR-T 센터에서 백혈병 재발로 지난 10월 CAR-T 치료를 받은 이주아 양(1세, 18개월)이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내 최연소 CAR-T 치료 환아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해당 환아는 불과 생후 45일 만이었던 지난해 7월 말 B세포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환아의 얼굴과 몸에 푸르스름하게 멍 같은 것이 생긴 것을 발견한 부모가 동네 병원을 찾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만 해도 부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소아자반증'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동네 병원에선 '빨리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했고 몇 차례나 병원을 옮겨 찾은 서울아산병원에서야 검사 결과를 받았다.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는 항암치료를 진행한 후 건강한 피를 만들 수 있도록 올해 1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진행했다.
조혈모세포는 이식 부작용을 최대한 피하고자 환아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영유아 환자의 경우 다른 연령대보다 조혈모세포 이식 부작용이 잘 나타나는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부작용은 없었지만 반년이 지난 올해 8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백혈병 재발률은 20%에 불과하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조혈모세포를 재이식하기엔 부작용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고 CAR-T 치료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는 올해 4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치료비 부담이 수백만 원 수준으로 크게 준 이유도 있다.
CAR-T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원리를 활용해 각종 희소병의 치료율을 높여 '기적의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1회 투여만으로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의 53%가 완치되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원리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집한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을 붙여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전까진 주사제 1회 투여 비용이 5억 원, 초기 보급시기엔 25억 원에 달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치료법이었다.
임호준 교수팀은 만 1세 미만의 백혈병 환아에게 CAR-T 치료를 시행한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10월 치료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소아청소년신경과, 소아중환자실, 감염내과 등의 여러 의료진이 협력해 신경계 독성, 사이토카인방출 증후군 등의 각종 부작용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 결과 CAR-T 치료 한 달 후인 지난 11월에 시행한 골수 검사와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 환아의 백혈병은 '완전 관해'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도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임호준 교수는 "CAR-T 치료가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환아의 백혈병 재발은 사실상 더는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면서 "국내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5건 중 1건을 시행하면서 쌓아온 소아혈액암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CAR-T센터에서 다양한 진료과가 협력한 결과 안전한 치료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은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드는 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바뀌고 증식하는 병이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교란하지만, 아직까지 현대 의학은 백혈병의 정확한 발생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기사 작성 도움: 유형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