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피하지방, 뇌 건강에 도움?(연구)
동물 실험에서 피하지방, 뇌 염증 예방하는 역할 밝혀져
엉덩이 복부 팔 등 피부 아래에 있어 몸매를 망치는 '원인'이기도 한 피하지방이 폐경 이전까지는 뇌 염증에 대해 방어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치매 뇌졸중 등 뇌의 심각한 문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대의 연구팀은 뇌가 어떻게 염증을 일으키는지 밝혀내려고 쥐를 실험했다. 이들은 수컷과 암컷 쥐가 고지방 식단으로 살이 찌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시차를 두고 지방 조직의 양과 위치, 성 호르몬의 수치와 뇌 염증의 증가를 면밀히 조사했다.
인간처럼 비만한 암컷 쥐는 수컷 쥐보다 피하지방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독특한 지방 패턴이 암컷이 폐경 이전 염증으로부터 보호받는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암컷 쥐에게서는 폐경에 이를 때까지 뇌 염증이나 인슐린 저항성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 징후는 염증을 높이고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암컷 쥐는 약 48주가 되면 생리가 멈추고 지방이 쌓이는 부위가 약간 바뀌기 시작하면서 수컷 쥐와 비슷해졌다. 이어 지방흡입술과 유사한, 피하지방 제거 수술을 한 뒤 암수컷 쥐를 대상으로 전신에 염증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지방식이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난소 제거와 같은 정상적 에스트로겐 수치와 직접 관련된 조치는 시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피하지방 감소는 에스트로겐과 다른 성호르몬의 수치를 바꾸지 않으면서 암컷 쥐의 뇌 염증을 증가시켰다. 결론적으로 암컷 쥐의 뇌 염증은 남성과 더 비슷하게 나타났다. 여기에는 뇌의 신호 단백질 IL-1β와 TNF 알파 등 고전적 염증 촉진제의 수치 증가도 포함됐다.
교신 저자인 오거스타대 의대 알렉시스 스트라나한 박사(신경과학)는 “피하지방을 제거했을 때 암컷 쥐의 뇌는 수컷의 뇌처럼 갑자기 염증을 보이기 시작했고 내장지방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이러한 변화는 약 3개월에 걸쳐 일어났다. 이를 인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몇 년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피하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고지방 식사를 한 암컷 쥐는 폐경 이후에야 수컷과 비슷한 뇌 염증 수치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과체중 비만과 질병의 관계에서 BMI(체질량지수)가 의미 있는 도구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트라나한 박사는 대사적 위험과 잠재적인 뇌 건강에 대한 보다 쉽고 정확한 지표는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심장마비부터 뇌졸중까지 염증과 관련된 문제의 위험은 남성이 폐경 전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스트라나한 박사는 “이 같은 보호 효과가 에스트로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남녀의 모든 차이가 호르몬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 차이의 근본적 메커니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차이를 감안해 치료하고, 다른 임상 결과에서도 성별 차이가 하는 역할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학술지 《당뇨병(Diabetes)》에 발표됐다. 원제는 ‘Sex Differences in Adipose Tissue Distribution Determine Susceptibility to Neuroinflammation in Mice With Dietary Obesity’.